히틀러, 육촌 여동생까지 가스실서 학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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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틀러 여동생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정신 질환을 앓던 육촌 여동생까지 가스실에서 죽였다고 일간 빌트가 17일 보도했다. 독일 뮌헨 법의학연구소와 오스트리아 오버잘츠브르크 현대사연구소가 발굴해낸 150여쪽의 자료에 따른 것이다. 히틀러는 유대인과 더불어 정신병자, 신체장애인, 동성애자, 집시등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열등한 인종은 청소를 해야하며 국가에 짊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나치가 안락사라는 명분으로 학살한 27만여명의 신체장애인 가운데 히틀러의 가족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비극의 주인공은 당시 히틀러 보다 두살 손 아래인 알로이시아 V. 환자기록에 따르면 그는 정신분열증, 조울병,우울증,환각과 망상 증세를 보였다. 평소에는 차분하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주변의 가구나 집기를 부수는등 자주 발작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로이시아는 오스트리아 빈의 정신병원에서 9년간 갇혀있다 1940년 12월 린츠의 하르트하임 의학연구소 가스실에서 49살의 한 많은 생을 마쳤다. 나치는 하르트 하임 가스실에서만 최소 1만여명의 신체장애자들을 독가스로 학살한 후 "살균 소독했다"고 기록했다.

자료를 발굴해낸 미국 역사학자 티모시 라이백 박사는 "히틀러는 자신의 가족에 관해 많은 것을 감추어야먄 했다"면서 " 60년전이 지난 오늘에서야 왜 그런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알로이시아를 포함한 히틀러의 부계쪽으로 여러명이 정신병을 앓았고 자살한 사람도 1명 있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법의학 연구자인 볼프강 아이젠멩어 교수는 "히틀러 가계에서 나타나는 많은 질병사례에서 볼때 히틀러에게 비정상적인 인성이 정상인보다 더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자료가 히틀러의 정신건강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가 정신병을 앓았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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