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군 행정 ‘탈 권위’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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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읍·면장은 지역 유지만 만나지 말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서민을 만나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

기업인 출신인 하성식(58)함안군수가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하 군수는 “읍·면장이 기초생활수급자 명단을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말도 했다. 탁상행정을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하 군수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여는 간부회의도 업무보고·토론형식으로 번갈아 열되 오전 9시 이전에 모두 마치도록 했다. 민원인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다. 하 군수 취임 이후 함안군 행정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 축소 등 합리적 예산운영, 의전행사 간소화와 군수권한 위임 등 ‘탈 권위’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함안군은 내년도에 사회단체 보조금의 20%를 줄여 복지사업에 쓰기로 했다. 함안군은 올해 사회단체 보조금 4억8400만원, 민간단체 경상경비와 행사 보조금 29억원 등 33억8400만원을 편성해놓고 있다. 2011년도에 이의 20%에 해당하는 6억7600만원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가 추진하는 같은 사업을 통·폐합하고, 단체의 해외연수나 체육대회, 선진지 견학 등 행사 경비를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다. 같은 사업이 3년간 지속하면 성과를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보조금 사용 명세를 확인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보조금을 깎고 사업을 충실히 하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군수 의전 행사는 간소화한다. 2007년 군이 마련한 ‘의전행사 간소화 운영지침’을 보완해 군 주관 국경일과 기념식, 군 단위 축제와 사회단체 행사를 제외한 읍·면 단위 행사에는 군수 참석을 지양하기로 했다. 사회단체 주관행사 때는 군수의 축사·격려사·환영사를 생략하고 사회자의 간단한 축하 메시지로 대체하기로 했다. 내빈 소개 때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 인원의 직위와 성명만 소개하고 초청자의 지정좌석을 없애 내빈을 일반 참석자와 같은 좌석에 앉도록 했다.

군수 사무는 부군수와 실·과장에게 대폭 위임됐다. 최근 ‘사무 전결처리 규칙 개정안’을 심의·의결해 군수 권한 사무를 192건에서 119건으로 73건 줄인 것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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