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와 신간도서의 종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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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출판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는 매주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집계표에서 방송 캠페인 도서를 이달부터 제외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방송 캠페인 도서라고 표현한 것은 MBC 방송의 '!느낌표' 선정 도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단체는 이 프로그램의 선정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집계표를 독차지하는 '사태'가 출판계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올해 초부터 느낌표가 매달 추천한 책이 쌓여 10여 권에 이르다 보니, 이 책들만으로도 이젠 베스트셀러 표를 채우는 현상이 벌어졌다. 신간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졌다. 그동안 출판사들은 광고와 기사 게재뿐 아니라 베스트셀러 집계도 홍보 수단으로 삼아왔다. 이런 이유로 사재기 같은 부작용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집계는 이제 더 이상 출판사들이 넘볼 홍보 수단이 아니다. 방송에서 점지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차지할 수 없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정광호 사무국장은 "출판사들의 신간 출간 의욕이 예전만 못하고 출판인들 사이에 좌절감마저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출판사가 가진 기획의 힘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이 책에 대한 애정마저 식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집계도 일종의 신간 정보인데 독자 입장에서도 매번 같은 책 목록만 보게되는 것도 '느낌표 도서'를 배제한 이유라고 한다.

처음 '!느낌표'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출판 시장의 파이를 늘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서점 출입이 어색했던 청소년을 비롯한 독자들이 느낌표 도서를 사러 서점을 가다보면 다른 책에도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그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고육지책 같은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느낌표 도서로 한정되고 마는 독자들의 편식에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것이 출판사들의 바람이다. "느낌표 책만 책은 아니다"라는 한 출판사 사장의 말이 귓가를 때린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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