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버티는 金씨… 곤혹스런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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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편집 가능성이 있다'는 녹취 테이프의 감정 결과가 나왔지만 검찰의 처지는 더욱 어렵게 됐다. 김대업씨가 감정 결과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면서 소환거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음주에 이 사건 수사를 종결하려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金씨가 제출한 녹취 테이프의 편집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만큼 당사자에게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게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金씨가 진정해 서울지검 특수3부가 수사 중인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차남 수연씨 병역면제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해질 우려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李후보 부인 한인옥씨에게서 5천만원을 받았다는 등의 진정 내용이 죄가 되지 않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진정인인 金씨를 불러 경위를 조사한 뒤 종결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金씨가 나오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무작정 金씨 출두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李후보의 장남 정연씨 관련 부분은 다음주 초 서울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경과를 보고한 뒤 다음주 중엔 수사 결과를 발표하되 金씨가 테이프를 편집·조작했는지에 대해선 따로 떼내 계속 수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연씨 사건은 金씨를 서너 차례 소환한 뒤 계속 나오지 않으면 내사 종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金씨가 편파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소환에 불응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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