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천m'솔라타워' 꿈의 에너지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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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에너지 바벨탑'인가? 청정에너지 양산의 청신호인가?

태양열로 인공 바람을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려는 높이 1천m의 거대한 태양에너지탑인 '솔라타워' 건설이 호주에서 추진되고 있다. 인류의 대체에너지 개발 욕구가 하늘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달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구로 송전하자는 아이디어처럼 언뜻 황당해 보이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규제와 고유가 행진에 시달리고 있는 각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호주의 새로운 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기술에 대한 실증 실험이 성공한 데다 실행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솔라타워 건설에 나서고 있는 회사는 호주의 공기업인 엔바이로미션사. 내년에 첫호기를 착공해 2005년 완성하고, 2010년까지 4기를 더 세운다는 계획이다. 기당 전력 생산 용량은 2백㎿로, 전북 전주시 인구에 해당하는 약 2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수력발전소인 소양강댐의 전기 생산 능력과 같다. 기당 건설비는 6억∼7억 호주 달러(4천억∼4천7백억원). 후보지는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가 선정됐다.

솔라타워의 구상은 건축 규모나 기발한 아이디어면에서 대체에너지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솔라타워는 지구상의 인공 건축물 중 가장 높고 거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 형태는 직경 약 7㎞의 유리 온실을 만들고, 중간에 높이 1천m의 철근 콘크리트 탑이 들어선다. 가마솥 뚜껑 형태로 탑 밑둥은 축구장 넓이다. 중심이 비어 있으며, 굴뚝 역할을 하도록 설계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높이는 여의도 63빌딩(2백50m)의 네배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캐나다 토론토의 상징 CN타워(5백53m)의 두배에 가깝다.

이 정도 규모는 지상 1백㎞ 우주에서도 뚜렷하게 그 형태를 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소요되는 건축재는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이 20㎢, 시멘트가 수백만부대에 이를 것으로 건축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1천m 높이까지 콘크리트를 어떻게 타설하느냐다. 콘크리트 펌프를 그 정도 높이에 사용해본 적이 없는 데다 타워크레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공에 해당하는 곳은 지상에서 굴뚝의 부분부분을 만든 뒤 조립식으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건축사 이재업씨는 "지진과 태풍 등에도 견딜 수 있도록 그런 높은 탑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구조가 단순하긴 하지만 그 규모가 크고 높은 만큼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뜨거운 공기가 굴뚝을 통해 빠져 나가는 길목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발전하는 것이다.

직경 7㎞의 온실은 공기를 데워 실외 공기보다 섭씨 35도 정도 더 뜨거운 섭씨 65도 정도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내리 쬐는 태양볕만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나 쓰레기 등이 나올 일이 없다. 그 공기는 가마솥 뚜껑의 손잡이 부분에 해당하는 굴뚝 쪽으로 빠르게 이동해 빠져 나간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상승하며, 그 흐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물리학을 이용한 것이다.

온실에서 뜨거워진 열풍은 태풍의 풍속에 가까운 초속 15m로 별도의 장치 없이 굴뚝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 이 기술을 개발한 독일 SBP사 측의 설명이다.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한다. 고속의 열풍이 풍력발전기를 돌린 뒤 굴뚝으로 빠져 나가면, 새로운 찬 공기가 다시 온실로 들어와 데워지는 것을 반복한다. 낮에는 태양 볕으로, 밤에는 낮에 데워진 온실 밑바닥의 특수 구조층이 공기를 데우는 역할을 한다. 밤낮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게 된다. 그 위치는 온실에서 굴뚝으로 바람이 올라가기 직전의 장소다.

지금까지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밤에 가동이 어렵고, 풍력 발전기는 바람이 고르지 않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었다.

호주 정부는 이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 90만t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BP사는 스페인에 높이 2백m의 굴뚝인 실험 모델을 만들어 기술의 가능성을 입증했었다.

포항공대 부설 포항풍력연구소 전중환 소장은 "일기의 영향을 받겠지만 초속 15m인 양질의 바람을 장시간 만든다면 발전 효율이 대단히 높다"며 "호주의 시도는 대체에너지 개발의 좋은 한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경제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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