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롤링 스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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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1961년 겨울 별볼일 없던 세 청년의 만남은 60~70년대 비틀스와 함께 전세계를 강타한 영국 팝 돌풍의 주역이 된 한 그룹을 탄생시켰다. 당시 런던 상과대학의 평범한 학생이던 믹 재거, 그와 초등학교 동창인 미술전문학교 출신의 키스 리처즈, 그리고 블루스 밴드에서 연주하고 있던 브라이언 존스는 리듬 앤 블루스와 로큰롤에 대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빌 와이먼과 찰리 와츠가 가담, 62년 롤링 스톤스라는 이름의 밴드가 결성된 것이다.

이 전설적인 그룹 롤링 스톤스가 지난 3일 미국 보스턴에서 데뷔 40주년을 기념한 전세계 투어의 첫 발을 디뎠다. 59세가 된 믹 재거, 58세의 키스 리처즈, 61세의 찰리 와츠 등은 그들의 음악에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듯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악마의 혀'라 불리는 혓바닥 놀림, 도발적인 무대 액션, 그리고 독설과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믹 재거의 목소리는 여전히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롤링 스톤스는 데뷔앨범 '아이 캔트 겟 노 새티스팩션(I Can't Get No Satisfaction)'을 내놓을 때만 해도 사실 젊은층의 관심을 얻기 위해 기성세대가 눈살을 찌푸릴 만한 행동과 속된 노래들만 골라 부르는 그룹이었다. 63년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 '부모들의 미움받기 좋아하는 그룹'이라는 홍보간판을 세울 만큼 기성세대로부터 미움을 받는 대신 젊은이들에게서 인기를 얻자는 그들의 전략은 잘 맞아 떨어졌다. 곧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것이다. 이후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의 콤비가 만들어낸 수많은 명곡들은 전세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40여장이 넘는 앨범과 싱글을 발표, 9개의 앨범을 빌보드 차트 넘버원에 올려놓은 롤링 스톤스에게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69년 6월 은퇴를 선언한 브라이언 존스가 얼마 후 자택의 수영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해 12월 콘서트 때 롤링 스톤스의 노래 가사와 음악에 격분해 공연 중지를 외쳤던 한 남자가 폭력단체의 일원에게 피습,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 믹 재거와 키스 리처즈는 미국의 TV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에 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라이언 존스와 빌 와이먼이 빠진 자리에 합세했던 론 우드까지, 네명의 멤버가 오랜만에 모인 이번 투어는 25개 도시에서 40회의 공연으로 진행된다. 정규 앨범 출시와는 별도로 이렇게 대규모의 투어 콘서트를 여는 건 75년 이래 처음이다.

롤링 스톤스는 이와 함께 '포티 릭스(Forty Licks)'라는 제목의 2-CD 베스트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초 전세계에 출시될 이 음반엔 새 노래도 네 곡 담겨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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