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제약社 영업사원 특급 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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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권부터 BMW 승용차까지…'.

불과 2~3년 전까지도 3D(기피)업종으로 인식돼 온 '약품 세일즈맨'들의 대우가 외국계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의약분업제도 도입 이후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영업 상식처럼 통해온 '안면 장사'식의 마케팅이 의사 등을 상대로 한 1대1 설득 전략으로 바뀌면서 전문지식을 갖춘 영업사원의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한국 BMS는 지난해 말 영업실적 우수사원 포상 상품으로 아파트 전세권을 내놨다. BMS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가장 좋은 사원에겐 현금 5천만원과 가족동반 해외 여행비용을, 2등과 3등을 한 사원에겐 각각 서울 강남의 30평 아파트와 20평 아파트에서 2년간 살 수 있는 전세권을 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년 전엔 최우수 영업사원에게 BMW를 빌려 탈 수 있도록 했다.

다국적제약사 한국릴리는 우수한 영업사원들에게 미국 본사에서 1년간 연수할 기회를 주고 있다. 선진 영업 기법과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금까지 이 혜택을 받은 직원은 세 명.

이 회사는 '영업사원'이라는 명칭을 '의약정보 전문가(메디컬 렙)'라는 직함으로 모두 바꿨다. 한국릴리 강태영 이사는 "영업 활동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서 벗어나 의약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 제공자로 변신하고 있어 호칭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일즈 업무에서 관련 지식과 논리적 설득이 매출 증대의 관건이 되면서 제약사 영업 사원들의 자질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경우 약사 자격증을 가진 영업사원이 2001년 18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9명으로 늘어났다. 한국화이자는 약사 출신 영업사원의 비중이 전체 영업 인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MSD도 약사 출신이 2백명 중 19명으로 9%를 넘어섰다.

하지만 외국계 제약사들은 영업 사원들의 대우를 높여주는 만큼 혹독한 자기 계발도 요구하고 있다.

전문 의료지식·마케팅·영업 등에 관한 지식 수준을 수시로 평가해 이를 고과에 반영하는 회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릴리의 경우 입사와 동시에 1개월간 합숙을 하며 하루에 두차례씩 제품에 관한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르며, 이후에도 분기별로 의학 지식에 대한 교육과 측정을 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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