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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너무 까다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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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는 저소득 근로자다. 아내와 맞벌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연말정산 때부터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원천징수부를 직장에 제출해야만 부양가족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소득이 많은 아내가 공제를 받는 게 당연한데도 배우자인 나에게까지 원천징수부를 요구하다니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불신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설명은 맞벌이 부부 중 일부가 부양 가족으로 이중 공제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직장에선 불법 공제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요구한다. 도장도 찍었다. 그런 마당에 이중 공제를 받은 전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 같은 서류를 요구하다니 불쾌하다. 이중 공제는 다른 방법으로도 다 색출되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국세청 자체가 맞벌이 부부의 원천징수부를 요구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고 하니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일종의 폭력이란 생각까지 든다.

소수의 불법을 막겠다며 다수에게 정신 고통을 가하는 게 진정 국민을 위한 행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제도를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는 시정하길 바란다.

전인철.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