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대학 "다 이유가 있었네" SBS '세계 명문대학' 16·17일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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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봤던 사람들은 기억한다. 얼음장같이 차고 무표정한 킹스필드 교수와 재기 넘치는 곱슬머리 하트. 법대 강의실에서 이들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며 수업을 마치 전쟁처럼 치러내던 모습을.

세계 최고 대학들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 SBS 특별기획 2부작 '세계 명문대학'은 미국 하버드와 MIT,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 일본 도쿄대·와세다대·게이오대 '공부벌레들'의 일상에 카메라를 바짝 들이댔다.

1부 '다이하드-죽도록 공부하기'(16일 밤 11시 5분·사진). 이들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석학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 자부심, 그 결과 자신들도 최고가 돼간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래서 기숙사에 불이 꺼져도 복도나 공동 샤워실에 쪼그리고 앉아 밤새도록 책을 읽으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공부만 하는가. 일본의 대학은 공부보다 서클 활동을 중시한다고 한다. 서클 활동은 대학 내 대학으로 불릴 정도로 체계적이다. 와세다대 정치서클 '유벤카이'의 경우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인 토론의 장으로 유명하다.

2부 '국경없는 전쟁'(17일 밤 10시50분). 진정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이들 명문대학이 벌이는 노력, 특히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를 위한 경쟁을 소개한다. 생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창쩡이 교수는 올해 서른두살 이지만 파격적인 연봉과 아낌 없는 연구지원을 약속받고 칭화대 부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중국의 교육엔 창의성이 부족하다"며 토론 위주의 미국식 강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명문대에서 교수들의 생존 경쟁은 학생들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버드의 경우 교수들의 강의는 학생들에 의해 평점이 매겨져 책으로 출판되고 학생들은 이 책자를 통해 수강정보를 얻는다. 그 결과 하버드의 젊은 교수 10명 중 9명은 종신 재직권을 받지 못하고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거친 교수들이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92세인 베이징대 지친린 교수. 지금도 새벽 4시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상에 앉는 이 노교수가 "세상에 쓸모없는 학문이란 없으며 살아있는 한 연구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은 교육자, 그리고 학자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인지 웅변하고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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