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담판 무산 '국제 미아'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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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반지의 제왕'이 이러다가 '국제 미아'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26)이 꼬일대로 꼬인 거취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력한 해법이 될 것으로 믿었던 '제3구단 이적을 전제로 한 페루자 조건부 복귀'도 페루자와 협상하러 떠났던 그의 에이전트가 별다른 성과없이 8일 오후 귀국함으로써 사실상 물건너갔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장기간 그라운드 밖에서 떠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안정환은 왜 이런 신세가 됐을까.

안정환은 2년 전 소속팀 부산을 떠나 이탈리아의 페루자팀으로 떠났다. 당시 양구단은 ▶1년 임대 후 완전 이적▶총 이적료 2백50만달러 지불 등에 합의했다. 1년 뒤인 2001년 7월,안정환의 실력을 확신할 수 없었던 페루자는 임대기간을 1년 연장하자고 요청했고, 부산은 이를 받아들였다. 페루자는 임대료로 첫해 40만달러, 다음해 50만달러를 부산에 지급했다. 페루자는 두 시즌을 써봤지만 안정환이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자 올초 부산 측에 완전 이적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이번 월드컵 기간. 안정환의 활약으로 이탈리아가 16강전에서 패하자 페루자는 처음에는 그를 무자비하게 헐뜯다가, 다음에는 그의 완전 이적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입장 선회 배경엔 국제적 스타가 된 그를 다른 구단에 비싼 값으로 팔아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산은 완전 이적을 위해서는 페루자가 지난 6월말까지 남은 1백60만달러의 이적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의 계약은 파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안정환은 페루자로도, 부산으로도 복귀할 뜻이 없다. 그의 마음은 유럽의 빅리그 진출에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은 안정환과 페루자간의 계약. 안정환은 개인 자격으로 임대 첫해인 2000년 7월 페루자와 5년 계약(연봉 35만달러)을 체결했다.

페루자는 이를 근거로 '안정환은 페루자 소속'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부산과 페루자의 안정환 소유권 분쟁은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심사 중이며,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는 6~8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마음이 급하게 된 건 안정환이다. 그렇게 장기간을 허송세월하면 선수생활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유럽 빅리그의 특정 팀이 3백만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페루자에 제시하면서 안정환을 무조건 데려가겠다고 나서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설사 안정환과 페루자가 극적으로 타협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소속 구단인 부산을 설득해야 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이탈리아 세리에A 선수등록 마감시한은 25일이다. 이 시한을 넘기면 페루자로의 무조건 복귀도 어렵게 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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