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흔한 '틱 장애' 다그치면 더 나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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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한 어머니가 찾아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지난해부터 눈을 깜빡이더니 이젠 코까지 실룩거려 걱정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보기가 싫어 야단치고 달래도 봤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근 숙제도 미루고 말을 안들어 혼냈더니 이젠 킁킁 소리까지 낸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일부러 부모를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아 더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런 아이는 비교적 흔한 질병인 '틱 장애'에 해당됩니다. 처음에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이면 부모님들은 나쁜 버릇으로 알고 고치지 않는 아이를 탓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아이가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니며, 그만두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고쳐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를 지나치게 다그치지 말아야합니다. 아이가 심리적 부담을 느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상은 꽤 다양해 고갯짓·어깨 으쓱거림, 무는 시늉이나 때리는 행동 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을 운동성 틱이라고 합니다. 기침 소리·코 훌쩍이는 소리를 내거나 입에 담기 힘든 심한 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음성 틱이라고 합니다.

틱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동은 충동적이고 주의력이 떨어집니다. 학습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또래들이 놀려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원인으로는 유전적·생물학적·심리적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운동성 틱과 음성 틱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는 '뚜레씨 병'이라고 부르는데, 가족간의 갈등·심리적 불안정 등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대개 청소년기가 되면 좋아지지만, 간혹 상당히 오랫동안 병이 낫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 학업이나 대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신체적으로 불편한 경우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을 써서 좋아지는 경우도 많으며, 정서적 문제나 가족간의 문제가 있을 땐 놀이정신치료 및 가족치료를 병행합니다.

김동현 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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