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1000mg= 키위 40개, 식품·보조제 함께 섭취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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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22면

비타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필요한 양은 적지만 몸의 필수 기능을 조절하는 데 없어선 안 되는 역할을 한다. 부족하면 잇몸과 피부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비타민C 결핍), 손발이 붓고 마비되는 각기병(비타민B1 결핍), 척추가 구부러지는 구루병(비타민D 결핍) 등에 걸리게 된다.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처럼 에너지를 내는 영양소와 구분해 조절 영양소에 속한다.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이나 약(보충제)으로 먹어야 한다.

‘13가지 생명의 묘약’ 비타민, 바르게 먹는 법

그런데 일반인의 비타민 상식은 중ㆍ고등학교 생물수업 시간에 잠깐 배운 정도를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 ‘비타민 디자이너’란 직함으로 비타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는 좌용진(41)씨의 도움을 받아 비타민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를 풀어봤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던 좌씨는 2006년 『비타민 혁명』이란 책을 펴냈으며 현재 ‘스마타민(www.smartamin.com)’이란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 채식 위주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스트레스가 별로 없는 사람은 비타민 보충제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현대인은 비타민이 풍부한 자연식품보다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운동량은 대체로 부족하다. 그 결과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에서 얻는 열량(칼로리)은 남아돌고, 소량이라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ㆍ무기질은 부족하기 십상이다. 식사와 별도로 비타민을 보충해줘야 하는 이유다. 비타민은 의약품이라기보다 ‘알약으로 된 반찬’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비타민은 보충제로 먹을 때보다 음식으로 먹을 때가 흡수가 더 잘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비타민의 용량이란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음식만으로는 비타민을 충분히 먹기가 어렵다. 예컨대 과일 가운데 키위에 비타민C가 풍부하다고 한다. 그런데 1000㎎의 비타민C를 섭취하려면 키위를 40개나 먹어야 한다. 돈도 많이 들겠지만 아마 배가 불러서라도 먹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가 없다고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가 있으면 생활이 편리해진다. 비타민ㆍ무기질도 충분히 섭취하면 몸의 대사 활동이 원활해진다. 그러면 열량 소비가 늘어나 비만을 예방할 수 있고, 스트레스에 견디는 힘도 강해진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위해 비타민 보충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종합비타민은 한알에 20여 가지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영양권장량 수준으로 담아둔 제품이다. 식사가 부실한 사람들이 영양 결핍을 예방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결핍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최적 상태로 만드는 데는 부족하다. 예컨대 비빔밥은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훌륭한 식사라고 한다. 그런데 비빔밥을 한 그릇이 아니라 끼니마다 한 숟갈씩 먹는다면 어떨까. 영양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비타민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하려면 충분한 양을 먹어줘야 한다. 종합비타민은 한알에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담으려니 함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종합비타민을 선호한다면 하루에 여러 알을 먹거나 부족하기 쉬운 개별 비타민을 섞어 먹는 방법이 있다. 종합비타민을 고를 때는 제품 포장에 적혀 있는 성분과 함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비타민 B1과 B2같은 B군의 함유량이 높은 제품을 권한다. 단순히 몇 종의 비타민이 함유됐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간혹 비타민 종류만 많고 함량은 부실한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양학회는 5년마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13가지 비타민도 포함된다. 비타민의 섭취기준은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평균 필요량’ ‘권장섭취량’ ‘충분섭취량’ ‘상한섭취량’ 네 가지로 구분한다. 권장섭취량은 대상 연령대와 성별에서 97~98%의 사람들, 평균 필요량은 50%의 사람들에게 하루에 꼭 필요한 양을 뜻한다. 따라서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으려면 가급적 권장섭취량 이상을 먹어야 한다. 권장섭취량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급식 등에서 주로 참고하는 수치다.

30, 40대 남성의 경우 2005년 기준으로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C의 평균 필요량은 75㎎, 권장섭취량은 100㎎, 상한섭취량은 2000㎎이다. 충분섭취량은 정확한 자료가 부족할 때 건강한 사람들의 영양섭취 수준을 관찰한 결과로 정한다. 예컨대 11개월 이하 유아에겐 비타민C의 권장섭취량 대신 충분섭취량을 제시하는데 0~5개월은 35㎎, 6~11개월은 45㎎이다.

상한섭취량에 대해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경미한 부작용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 안전한 용량의 최대값을 뜻한다. 사람에 따라 상한섭취량보다 많은 양을 먹는 게 건강에 더 좋을 수 있다. 상한섭취량을 초과하면 설사나 위장 자극, 두통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대부분 복용을 중단하면 곧 사라지는 가벼운 증상이라고 한다. 여러 전문가의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C의 경우 하루 1만㎎(10g)을 먹어도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비타민은 맛이 별로 좋지 않다. 어른이라면 약으로 생각하고 물과 함께 삼키면 되겠지만 어린이가 문제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성인 비타민 제품을 잘 먹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어린이 비타민이다. 어린이가 좋아하도록 단맛을 내는 성분을 많이 집어넣었다.

일부 어린이 비타민 제품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단맛을 내기 위한 감미료ㆍ착색료ㆍ착향료 등이 지나치게 들어갔다. 대신 맛없는 비타민 성분은 줄였다. 비타민이 들어갈 자리를 합성 첨가물이 차지한 것이다. 심한 경우 일반 가게에서 파는 사탕이나 젤리에 비해 별로 나을 게 없는 제품도 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도 성인 비타민을 조금씩 먹이길 권한다. 알약으로 먹인다면 과자와 함께 주거나 가루로 먹인다면 설탕을 섞어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흔히 미국·캐나다 등은 비타민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함량이 정확하지 않은 제품이 의외로 많다.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함량을 적어내는 신고제여서다. 특히 해외여행을 갔다가 가이드의 ‘좋다’는 말만 믿고 비타민 제품을 사오는 사람은 바가지를 쓰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한국에선 비타민 제품을 만들어 팔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엄격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함량 표시와 광고 문구 등도 식약청이 허가한 방식 외에는 업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따라서 국산 비타민은 함량 표시를 믿을 수 있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비타민 제품도 식약청에서 검사를 받는다. 일부 수입 비타민 제품은 해외 포장과 국내 포장에서 표시하는 함량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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