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전 앞둔 독일 표정]"미국戰처럼 하면 한국 이길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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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결승행 티켓을 놓고 한국과 운명의 일전을 앞둔 독일인들의 표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독일인들의 이런 분위기는 옆집에 사는 노인 얀(65)의 표정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한국이 포르투갈·이탈리아를 꺾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팀의 열렬한 팬이었다.

특히 이탈리아를 꺾을 때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거만한 이탈리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속이 시원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툭하면 팔꿈치로 한국 선수들의 얼굴을 가격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더티 플레이'를 소리 높여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이 스페인마저 이기고 독일의 다음 상대로 등장한 22일 이후 그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한국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가. 게다가 전국민이 이처럼 환호하는 장면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실력에서는 독일이 조금 앞서지만 한국 선수들의 불같은 투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독일 선수들을 기죽게 할 '마녀의 솥'같은 붉은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언론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독일팀에 대한 칭찬은 아직 인색하다.대신 지금까지 드러난 전력으로는 한국을 이기기 힘들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루디 러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23일 슈피겔지와 회견에서 "미국전 때처럼 해선 결코 한국을 이길 수 없다"며 비판을 수용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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