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단,평양서 대규모 예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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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5 남북 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 연합예배를 위해 방북했던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崔弘俊) 회원 2백97명이 지난 16일 평양의 고려호텔 대식당에서 5시간여 동안 예배를 드렸다. 북한 정권 수립 후 평양시내 한복판에서 예배가 대규모로 공개리에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고려호텔의 예배는 북한 당국의 유연한 대처로 물리적인 충돌없이 평온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당초 예정됐던 남북 연합예배는 남북간 합의사항에 대한 해석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여 무산됐다.

한민족복지재단과 이번 행사의 북측 초청자인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범태·회장 이도경)는 당초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16일 오전 10시 남북 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방북단이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12일 북측의 '아리랑축전영접위원회'가 예배목적의 방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통보해와 공연 참관은 회원 자율에 맡긴다는 합의서에 서명, 일단 방북이 성사됐다.

방북단이 도착한 14일 오후부터 북측은 방북단 전원의 아리랑공연 참관을 요구해 이틀간 양측간에 합의서의 해석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주최 측이 15일 오후 타협안으로 아리랑공연 참관을 희망한 일부 회원의 관람을 허용했으나 북측은 다음날 남북 연합예배를 무산시켰다. 방북단은 이에 따라 16일 오전 7시 고려호텔 대식당에 모여 아침식사를 거른 채 예배와 강연을 들으며 북측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한민족복지재단 김형석(金亨錫)사무총장은 "남북 연합예배가 무산된 게 아쉽지만 서로의 체제와 입장이 달라 생긴 일"이라며 "남북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양=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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