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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건강영향기금’ 창설 주도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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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신약개발 사업에 세제지원 등을 통한 발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획기적 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처럼 회사에는 이윤을 남기지만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제약산업을 신약 개발 시장의 주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 지원뿐 아니라 개발된 약품의 효과적인 활용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약은 생산원가 수준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약은 건강과 생존을 위해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든 신약에 생산원가를 초과하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면 많은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약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제약사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발된 약의 가격을 생산원가와 동일하게 하려면 제약회사들이 투자한 막대한 개발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예일대의 토머스 파기 교수와 캘거리대의 아이단 홀리스 교수 등이 주요 20개국(G20)에 건강영향기금(Health Impact Fund)의 창설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신약 개발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동시에 경제적 약자들도 소중한 신약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정부의 출연 재원으로 만들어질 이 기금은 신약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건강을 증진시켰는지를 평가하고, 그 영향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이 기금에 등록된 약은 독점력에 의한 가격 인상 없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어디서든지 생산원가로 판매된다. 이 기금에 의해 제공되는 보상을 10년간 수령하는 것으로 제약사들은 이익을 창출하고 약품 개발비를 회수하게 된다. 낮아진 약품 가격 때문에 전 세계인들은 중요한 약들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

건강영향기금은 현재의 왜곡된 약품 개발과 공급 간의 왜곡된 보상 시스템을 교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제약사들은 당뇨병 같은 질병에 대한 신약을 등록하고, 전 세계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선진국의 환자, 보험업자 그리고 정부는 가격 인하를 통해 이득을 얻고, 이를 기금에 제공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등록 신약이 널리 쓰이고 적정하게 이용될 것이라는 보증을 받기 때문에 빈곤층에도 낮은 가격에 약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건강영향기금 방안을 성사시킴으로써 전 세계의 보건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