迷兒찾기 회원들만 발로 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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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월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가정의 달'이 아니었다. 모든 가정이 안온함을 노래하는 달, 그 속에서 더 깊은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우리는 눈물지어야 했다. 가족을 잃어버린 가정이 얼마나 황량하고 피폐해지는지 그 입장이 되기 전까지 우리도 몰랐었다.

해마다 5천여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국을 찾아 헤매는 부모가 5만여명을 헤아린다. 그러나 미아 정규방송도, 전담수사반도, 행정부의 관련 실태조사도,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약칭 전미찾기) 회원 70여명은 서울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서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세살 난 여자아이가 실종되었다. 미아 찾아주기 신고센터가 어린이대공원 안에 눈에 확 띄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즐거운 한때를 즐기려 했던 부모는 결국 전미찾기 회원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이들은 백화점에 부모를 따라갔다가, 학원에서 소풍을 갔다가, 학교를 갔다 오다, 집앞 골목에서 놀다가 한순간 사라졌다. 그러나 지속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도 없다. 제보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4월, 8명이 모여 만든 전미찾기는 이제 회원이 1백여명을 헤아린다. 그만큼 가족을 잃고 고통받는 가정이 많다는 증거다. 회원 가운데는 13년이 넘게 아이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이도 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지 못한다면 '평생 죄인'이라는 멍에를 쓰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끝내 아이를 찾지 못한 채 헤매다 지쳐 고인이 된 사람도 있고 이혼했거나 이혼 직전에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초조함과 긴장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회원들 가운데 아이를 찾아 모임을 탈퇴한 몇 안되는 '행운아'들은 대개 1년 이내에 시설에 보호돼 있는 아이를 찾거나 제보에 의해 찾은 이들이다. 미아는 대개 4~5월, 하루 중엔 오후 3~4시에 많이 발생한다. 처음 아이를 잃어버리면 충격이 커서 그저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된다. 그러나 성공사례들은 아이를 잃어버린 지 3일 이내의 처신이 대단히 중요하며, 특히 3개월 이내에 체계적으로 전국을 조사해야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행정부의 늑장 조사에 기다리다 지쳐 미흡한 대로 회원들이 발로 뛰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설들의 주소·현황 등 관련 자료를 만들었다.

지난해엔 회원 30명의 아이들 사진을 한장의 전단지로 만들었다. 회원이 늘어 전단지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데 조금 걱정이다. 한장으로 다 채울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아진 데다 비용도 만만찮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가장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제보가 없이는 수사도, 아이를 찾는 '행운아'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있어서는 안될 전미찾기 같은 모임이 하루빨리 지구상에서 없어질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주변을 관심있게 살펴봐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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