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서자 택시에서 꽃이 내렸다
꽃은 기차표를 끊어 남쪽으로 떠났다
봄이면 북상해 오리라는 예감도 약속도 없이
버스가 서자 별이 내렸다 낮달이 내렸다
트럭이 서자 가로수가 내렸다 생잎을 떨구다
가로수도 떠났다
바람이 서자 도시를 부둥켜 안고 있던
노래가 내렸다 몇은 떠나갔지만 몇은
혀 끝에 잡아두었다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나를 위한 작은 배려 저녁나절 가슴을
무단 횡단해온 새 나직이 울어준다
-김왕노(1957~)'망설임, 그 푸른역'중
꿈이 가닿는 푸른 역은 어디일까. 기차표를 끊은 꿈이 푸른역을 향한다. 마음보다 먼저 남쪽으로. 별도 낮달도 가로수도 다 내려놓고. 누군들 푸른역에 닿고 싶지 않을까. 기차를 놓친 꿈이 꿈으로만 끝날 때, 씹다 뱉는 희망보다 망설임이 때론 더 나을 때도 있단다. 꿈이란 이미 주어진 것과 발견하는 것 사이에서 하나씩 지워진다는 것을 알아낸 것일까.
천양희<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