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發 정계개편 분주해진 '부산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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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가 제안한 '민주대연합' 정계개편이 첫 고비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의 거취문제가 이번 주말까지는 가부간 결론이 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측과 후보·한나라당은 모두 부산하게 움직였다. 후보는 지난 3일 밤 朴의원과 회동했다. 두 사람은 朴의원의 탈당 및 부산시장 출마 문제를 깊숙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서울 상도동에선 YS와 한나라당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가 비공개로 세시간 동안 만났다.

후보는 4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시장 후보를)수일 내에 결정하겠다"며 "늦어도 주말까지"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만약 朴의원이 탈당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정계개편 문제가 본격화할 것이다. 이와 관련,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YS에게 추천한 3인은 상도동과의 교감 끝에 선정한 것"이라며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는 9일 이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민주계 중진의원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朴의원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YS의 결심을 따르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결심이 안 섰나.

"YS가 하지 말라는데 나 혼자 할 수는 없다."

-朴의원이 독자적으로 결심하는 모습을 취하고,YS는 의사표시를 안 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없나.

"아무리 그렇게 해도 YS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지 않겠느냐. 그럴 바에야 딱부러지게 나가라 하시는 게 낫지."

朴의원의 말대로라면 본인은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할 뜻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YS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YS가 고심 중이라고 朴의원은 전했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朴의원이 패배할 경우 YS의 부산·경남지역에 대한 영향력도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金지사 또한 섣불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최근 창원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부산·경남지역 경선에도 모습을 나타냈었다.

朴의원과 金지사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후보가 추진하는 정계개편도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후보는 "안되면 부산지역 민주화 세력과 함께 저희들의 길을 갈 것"이라고 거듭 YS측의 결심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후보와 朴의원의 결합을 강력히 견제했다. 이회창 후보는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金전대통령은 민주화 정부를 세운 분이고,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후보의 말을 받아 덜컥 누구를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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