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기술株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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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보기술(IT)주들이 잔뜩 주눅들어 있다.

기술주는 종합지수 1,000돌파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 IT경기의 회복이 지연되고 나스닥 주가가 연일 급락하자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다.

3일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1만6천5백원(4.3%) 가량 떨어진 끝에 2.5% 하락한 37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또 삼성SDI·휴맥스·한국전기초자·대덕GDS 등 대표적 기술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롯데칠성·롯데삼강·하이트맥주 등 내수 우량주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삼성중공업 등 전통 산업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1천68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삼성SDI·대덕전자·한국전기초자 등을 집중적으로 내다판 대신 우량 은행주와 자동차주 등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미 나스닥시장의 기술주들이 계속 떨어지자 국내 기술주 비중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기술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IT경기 회복이 예상외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첨단산업 제품에 대한 신규 주문은 지난 1월 2백70억달러였던 것이 2월에는 2백65억달러로, 3월에는 2백61억달러로 줄었다. 이에 따라 미 IT관련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 D램 반도체값은 반짝 상승 뒤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3월까지는 첨단산업의 회복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4월 이후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달 말에 발표될 4월 첨단산업 신규 주문도 잘 나와야 3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외 IT주들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반등할 때가 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삼성전자는 36만원, 종합주가지수는 830선이 단기 바닥권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이외 부분의 실적이 워낙 좋아 머지않아 재차 40만원대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선경래 이사도 "삼성전자가 버텨주면 다른 IT관련주들도 기력을 회복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당분간 37만~40만원 선을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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