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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리베이트 근절 좋지만 5년 전 일까지 처벌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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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지만 목표가 근사할수록 이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치밀해야 한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리베이트 및 사원판매행위 신고포상금 제도’를 놓고 떠도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리베이트 제공 등의 행위를 신고한 이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인데, 제약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급적용 여부에 관한 단서조항이 없어 공정위의 법 관행에 따라 5년 전까지의 리베이트 제공 건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된 때문이다.

리베이트 영업에 의존해온 대부분의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공정위의 시행령으로 예기치 않았던 파워를 얻게 됐다. 이런 일이 있었다. A제약사는 최근 영업부문에서 비리를 저지른 영업사원 B씨를 권고사직하려 했으나, 그가 과거 리베이트 사례를 공정위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회사 측은 이런 요구를 철회했다. 일부의 경우이겠지만 이런 행위는 리베이트 금지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현장을 뛰고 있는 대다수 건실한 영업사원의 얼굴에 먹칠을 할 판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회사의 미래가 영업사원에게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7만∼8만 명에 달하는 국내 제약 영업사원들을 자꾸만 잠재적 내부고발자로 보게 된다는 하소연이다. 어떤 제약사도 5년 전 리베이트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는 단기간에 단발성으로 제공되는 건설업계 등의 리베이트 관행과 다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진행돼 거래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사회를 정화하는 내부고발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고발이 건실하지 못한 일부 사람의 조직적 자기 방패 수단이 되면 곤란하다. 그래서 신고포상금 제도의 적용 시한을 명확히 규정해 제약업계가 어두운 과거를 떨치고 새 출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