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서장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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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28·2m7㎝)이 더욱 커졌다.

서선수에게 2001~2002 시즌은 프로선수 생활의 전환기이자 '태어나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다섯시즌을 보낸 서선수는 이제 자유계약(FA) 선수가 된다.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많은 것을 참아 넘겨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끓어오르는 혈기를 참았다. 심판의 판정에 손가락질해가며 상대 선수에게 욕까지 서슴지 않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육체의 고단함도 이겨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골밑 싸움 속에서 서선수의 몸은 멍투성이가 됐다.

더구나 정규리그가 지난 시즌 5라운드에서 6라운드로 늘어 9경기나 많아진 탓에 포스트 시즌에 돌입하기 전 이미 그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자존심도 죽였다.

김승현(동양 오리온스)에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뺏겼을 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의 명예회복을 벼르며 참아냈다.

팬들의 야유도 받아들였다. 챔피언 결정전 동안 유독 자신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으나 '실력으로 모든 걸 입증하겠다'는 심정으로 버텼다.

지난 19일 7차전 패배와 함께 모든 꿈이 사라졌다. 결승 무대에 오를 때마다 우승했던 '불패 신화'에도 오점이 남았다.

하지만 서선수는 분노도,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 잘난 줄만 알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올 시즌이 날 변화시켰다"며 웃음까지 보였다.

오리온스 선수들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네고 "팀을 여기까지 이끈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털어 놓은 서장훈. 그 '마음의 키'가 더욱 커보인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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