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의원 '민해전 사건' 논란] 누구 말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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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국가안전기획부가 고문을 통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 공안기관에 의한 고문.조작설의 진위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는 1992년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에 가입한 사실은 시인했다. 그러나▶민해전 가입 때 노동당기 및 김일성 부자 초상화 앞에서의 충성 서약을 한 일이 없고 ▶민해전과 노동당의 관계도 전혀 몰랐다며 판결문의 내용을 반박했다. 민해전 가입식 때 '강재수'라는 가명과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 보호를 부여받은 것도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정치권이 증거물과 사건에 대한 조작.고문 등을 계속 주장할 경우 수사기록 검토와 함께 당시 수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입장을 정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사와 재판 때 고문 시비 없었다"=당시 사건을 맡았던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문 조작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던 K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고문이나 조작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 K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나오는 행동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민가협 등 가족들이 와 있어 판사들이 오히려 조심스러웠다"고 당시의 법정 분위기를 전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도 "내가 조사한 피의자 세 명에게서 안기부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했거나 사건이 조작됐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문을 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면 문제가 커졌을 것"이라며 "당시 안기부 직원들이 있지도 않은 초상화와 노동당기를 발견한 것처럼 꾸몄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이 의원은 구체적 내용 몰랐다"=당시 사건 변론을 맡았던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이 의원은 당시 민해전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사회연대 활동(민해전) 입당식에 갔더니 노동당기와 김일성 초상화 등이 있어 '이건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참석자들의 설득으로 가입한 것 같다"는 재판 진술이 있다는 질문에 유 의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이 의원의 입당식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양홍관씨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양씨는 '이 의원은 민해전의 하위조직인 조국통일애국전선에 가입했을 뿐이며, 노동당기와 초상화도 내가 신문지에 싸서 이 의원 집에 갖다놓아 이 의원 본인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재식.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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