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컴] "공·수 집중력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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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했고, 공격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우세를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패서디나 로즈보울경기장에서 벌어진 북중미 골드컵 B조 예선 미국과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내린 자체 진단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대표팀은 '마지막 처리'미숙과 수비라인의 집중력 상실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제물로 삼아야 할 미국에 오히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 공격=지난해 서귀포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황선홍을 원톱으로 놓고 이천수.최태욱을 좌우 날개로 활용했던 히딩크 감독은 '공격루트 다양화'를 위해 이날 최용수.차두리 투톱을 세우고 이천수를 플레이메이커로 배치했다. 그리고 이을용.박지성을 좌.우에 배치, 미국의 측면을 파고들어 빠른 센터링을 올리도록 주문했다.

결론은 이천수를 차라리 사이드공격수로 활용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중앙과 좌.우 측면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앙에 자리를 잡은 이천수로는 빠른 공처리나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보여주지 못해 최전방의 차두리.최용수가 내려와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전반 38분 터진 송종국의 30m짜리 중거리포는 히딩크가 시험해온 새로운 공격루트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정확한 슈팅에 의한 것이었다.

전반 6분 최용수에게 절묘한 헤딩패스를 찔러줘 페널티킥을 얻는 계기를 만든 차두리와 미국 문전을 비집고 다닌 최용수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 수비=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스리백 일자 수비의 함정을 확인한 계기였다.월드컵 본선이 아닌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진철-유상철-김태영으로 이어진 수비라인은 경기 초반 체격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미국 공격진을 적절히 막아냈으며, 전반에만 다섯 차례의 오프사이드를 끌어낼 만큼 호흡도 잘 맞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뚫지 못할 정도였다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기 위해 미드필드에서 공이 넘어올 때 최전방의 안테 라조프와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뒤로 나오는 대신 2선에 있던 랜던 도노번이 수비라인을 뚫고 들어갔다.

전반 35분 선제골과 후반 11분 최진철의 퇴장 모두 도노번의 2선 침투를 막지 못한 결과다. 주심이 호각을 불지 않았는 데도 수비수들이 일제히 멈춰버려 선제골을 내준 것은 어이가 없었다.

수적 열세를 견디며 미국의 공격을 잘 막아내다가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한 것 역시 호각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일찌감치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었다. 한국은 24일 쿠바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LA=장혜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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