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이유 4 티파니 다이아몬드 주얼리

중앙일보

입력


이른 새벽, 티파니 매장 쇼윈도 앞 우두커니 서서 빵과 커피를 먹는 오드리 헵번.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검은 이브닝드레스에 화려한 목걸이, 커다란 선글라스의 헵번 스타일은 40여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회자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헵번이 아닌, 그가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 첫 장면과 포스터에서 걸고 나온 목걸이 한가운데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다. ‘티파니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보석은 세계에서 가장 큰 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다. 놀라운 점은 이를 연마하기 위해 절반이 넘는 원석이 버려졌다는 사실이다.

옐로 다이아몬드가 1877년 남아프리카 킴벌리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채굴됐을 땐 287.42캐럿이었다. 이듬해 한 보석학자에 의해 연마된 후에 128.54캐럿이 됐다. 크기와 중량이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팬시 컬러(화이트를 제외한 컬러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가 전세계 다이아몬드 1만개 중 1개 정도만 발견될 정도로 희귀하다는 점까지 덧붙이면 더 그렇다.

티파니가 절반 이상의 원석을 포기한 이유는 옐로 다이아몬드가 지닌 광채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커팅을 위해서였다. 컷(Cut)은 다이아몬드 등급을 결정짓는 4C(컷·투명도·색상·중량) 중 하나다. 컷은 다이아몬드 각 면의 연마된 비율을 일컫는데,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이 면들의 정확한 비율이다. 즉, 다이아몬드를 빛나게 하는 광채·분산·섬광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서 티파니는 옐로 다이아몬드에 어울리는 가장 적절한 비율의 커팅을 감행했다.

크기 위주로 연마하는 업체도 있다. 그럴 경우 다이아몬드의 광채와 섬광 등은 줄어든다. 예를 들면 ‘거들’을 두껍게 하는 일이 그렇다. 거들은 연마된 다이아몬드의 크라운(위)과 퍼빌리언(아래)을 나누는 얇은 둘레를 말하는데 보석의 가장자리가 손상·균열되는 것을 보호한다. 너무 얇으면 세팅 과정에서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두꺼우면 빛이 바깥쪽으로 굴절돼 광채를 감소시킨다. 중량을 올릴수록 다이아몬드의 광채는 현저히 줄어든다.

티파니는 가격 대신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크기 대신 광채를 선택했다. 옐로 다이아몬드는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촬영에 쓰인 이후, 95년 새로 디자인 됐다. 잔슐럼버제가 디자인한 작은 새 한 마리를 얹어 ‘바위 위의 새’라는 이름으로 현재 뉴욕 본사에 전시돼 있다.

광채를 극대화하기 위한 티파니의 또 다른 도전은 세팅이다. 보통 ‘다이아몬드 반지’하면 떠오르는 ‘역삼각형으로 연마된 다이아몬드가 사뿐히 올려져 있는 형태’는 티파니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전의 반지들이 밴드(손가락에 끼우는 반지 본체)에 심어져 있는 느낌(다이아몬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인 것에 비해 티파니 세팅은 프롱이라 불리는 6개의 지지대가 다이아몬드를 밴드 위에서 들어올리고 있다.

‘티파니 세팅’ 혹은 ‘육지 세팅’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다이아몬드의 정교한 면들이 빛을 충분히 투과시켜 분광과 섬광을 발산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세계 최초의 세팅 방법이었다. 육지 세팅은 다이아몬드가 반지에서 이탈하거나 손상되는 것도 막는다. 6개의 프롱이 다이아몬드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면서 동시에 튼튼히 받쳐주는 셈이다.

티파니는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선 4C만으로 다소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구체적인 오류와 위험 요소를 항목화한 통칭 ‘외관’이라는 기준을 세워 엄격히 지키고 있다.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위해 파격적인 커팅과 혁신적인 세팅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