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용인 '도로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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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법도로 때문에 못살겠으니 당장 폐쇄하라."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아파트 앞 도로. 아파트 주민 2백여명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마주한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에 새로 들어선 중앙하이츠빌아파트가 허가도 받지 않고 구미동 쪽으로 낸 폭 6m.길이 1백여m의 도로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주민대표 유윤만(柳潤萬.44)씨는 "도로 개설 이후 매일 1천여대 이상의 차량이 이 길을 이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죽전 일대가 개발되면 더욱 많은 차들이 지나다닐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이에 대해 이달 1일 입주를 시작한 중앙하이츠빌 주민들은 "2백71가구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출퇴근길을 막으면 우리는 어디로 다니란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대표 김병숙(金炳淑.56.여)씨는 "도로를 폐쇄할 경우 죽전삼거리 쪽으로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는 최고 40여분을 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측 주민들간의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은 급기야 성남시와 용인시의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무지개 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성남시는 22일 건설 장비를 동원, 도로 입구에 30여m짜리 보도를 만들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허가도 없이 조성한 도로 때문에 입는 주민 피해를 방관할 수 없어 도로 입구를 막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인시가 나섰다. 용인시 관계자는 "이 도로는 아파트 신축 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던 길로 새로 포장한 것일 뿐"이라며 "성남시가 도로 허가를 내주기는커녕 도로를 폐쇄하는 행위야말로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안건혁(安建爀.도시설계학)교수는 "주민들의 분쟁을 중재해야 할 자치단체가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죽전지구 개발이 본격화하면 이와 비슷한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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