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9월까지 작년보다 2조 덜 걷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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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다들 장사가 안돼 힘들다고 야단이다. 세금 걷히는 걸 봐도 그렇다. 올 들어 9월까지 걷힌 세금은 67조7천3백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1천9백47억원(3.1%)이나 적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와 주식거래를 하며 내는 증권거래세가 특히 크게 줄었다. 제때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도 늘어나 6월 말 현재 밀린 세금이 3조2천3백99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올해 걷기로 한 세금은 지난해보다 1조9천억원 많은 88조5천억원이다. 이 목표를 채우려면 10~12월 석달 동안 20조원이 넘는 세금을 거둬야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1천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다급해진 국세청은 일선 세무서에 세금 걷기를 독려하고 나섰다. 봉태열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지난주 취임하면서 "대부분의 지방 국세청이 지난해보다 세금이 적게 걷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목표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내년 걱정을 더 하고 있다. 내년에 걷기로 한 세금은 94조여원으로 올해보다 6조원 더 많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내년 법인세.소득세를 목표대로 거두기 어렵다. 올해 줄어든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년 상반기에 내기 때문이다.

여기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 소득세도 줄고 있으며, 경제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줄어 관세.부가가치세도 줄고 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세무조사와 독려 등을 통해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은 한해에 3조~5조원 선"이라며 "내년 세수(稅收)는 더욱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명근 경희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 내년 세수를 무리하게 늘려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정 확대가 과연 경기 진작에 효과가 있는지 진단한 뒤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고 이에 맞춰 세수 목표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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