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1경기서 11골 … 한껏 물오른 이동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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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순간 상대 수비수 발이 머리를 강타했다. 골문 앞에 쓰러져 있던 이동국(31·전북)은 골을 확인한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손을 번쩍 들어올린 채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며 환한 웃음을 보냈다.

이동국은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 FC와의 K-리그 경기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53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30일 남아공 월드컵 30명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동국은 물오른 골 감각을 뽐내며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가족들 앞에서 극적 동점골=이날 이동국의 아내 이수진씨는 쌍둥이 딸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다.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서는 최근 이동국의 동서가 된 가수 은지원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가족이 총출동한 자리에서 이동국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하지만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비수 발에 걸리거나 골대를 맞고 나왔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도 7분 이상 지난 시간, 이동국은 로브렉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자 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K-리그 5호 골(9경기)이자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시즌 8호 골(14경기). 대표팀에서 기록한 3골(7경기)을 합치면 무려 11골(21경기)째다.

◆“나는 나, 안정환은 안정환”=이날 경기장에는 월드컵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동국을 응원하는 걸개들이 가득했다. 1998년 약관 열아홉 살 때 프랑스 월드컵에서 뛰었던 이동국에게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 기회가 찾아왔다. 이동국은 “아직은 30명 안에 들었을 뿐, 23명 안에 들어야 진짜”라며 말을 아꼈다.

이동국은 최전방 공격수인 안정환(다롄)·박주영(모나코)·이근호(이와타) 등과 함께 예비 엔트리에 올랐다. 그는 ‘경쟁’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자꾸 나와 정환 형을 경쟁 구도로 몰아가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 누군가를 의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골을 넣었던 경험이 정환 형의 강점일 거다. 나는 최근 허정무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희생하는 팀’을 만들기 원하시는 것 같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더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강점이 다른 만큼 경쟁보다는 팀을 위한 사람이 뽑히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다치지 않으려 조심 또 조심”=그는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담담해진다”고 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나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 뛰지 못했고, 2006년에는 월드컵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독일 땅을 밟지 못했다.

그는 “김연아 자서전에 ‘시상대 꼭대기에 서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었을 게다. 지금 내 심정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축구 인생 유종의 미를 남아공에서 거두고 싶다.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이 좋지 않은데 다치지 않으려고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전북과 1-1로 비긴 경남은 6연승이 좌절됐지만 1위를 지켰고, 성남은 포항을 3-0으로 대파하며 3위로 올라섰다.

전주=온누리 기자

◆K-리그 전적(2일)

전북 1-1 경남 성남 3-0 포항

부산 3-0 서울 대구 2-2 강원

▶1일 전적

전남 2-0 수원 대전 0-2 인천

울산 2-2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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