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누비는 향토기업] 부산 학장동 '아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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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 아이리(http://www.ailee.co.kr)는 수천 가지의 수술용 칼.바늘 등 의료기를 생산, 세계인의 생명을 구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의료기는 무려 3천3백 여 가지.

주력 품목은 봉합침.수술용 칼, 봉합실을 바늘에 붙인 사부침 등이다. 사부침은 길이 3㎜.지름 0.8㎜의 바늘에 0.04㎜의 구멍이 뚫린 침으로 정밀도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세계에서 4~5개 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백억원. 74년부터 일본에 처녀 수출하기 시작, 지난해 13개 국에 42억원어치를 팔았다. 의료기 종주국으로 자처하는 독일에도 수출하고 있다. 봉합침은 일본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몇 해전 국내의 한 의사가 아이리가 외국에 수출한 수술용 바늘을 구입, 외제인 줄 알고 아이리에 똑같은 제품을 제작해 달라고 주문한 일화도 있다.

해외시장에서 더 유명하다 보니 제품의 단가가 내수용에 비해 오히려 높은 편이다.

아이리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매출액의 6%를 기술개발에 쏟고 있다. 97년에는 ISO9001, 98년엔 ISO14001을 땄다

이 같은 기술개발 노력으로 아이리는 봉합침.수술용 칼.사부침 등 3가지 제품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李사장은 "전 세계 어느 의료용구 제조업체도 이들 품목을 한꺼번에 만드는 곳은 없다" 고 말했다. 2년 전에는 봉합침 제조기술이 신기술로 인정받아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아이리는 요즘 안과용 특수 바늘과 눈.코.귀 부위의 초정밀 수술에 쓰이는 마이크로 수술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기술력은 가내공업으로 시작한 1963년부터 40년간 한 우물만 판 덕분이다. 철공소에서 일하던 이상호(李相浩.74)사장이 전축케이스 조립에 필요한 액체 접착제를 담을 주사기를 구입하기 위해 의료 기구상에 찾아갔다가 미제 수술칼을 보게 됐다.

李사장은 국산 수술칼은 없다는 의료 기구상 주인의 말을 듣고 철공 기술을 밑천으로 수술용 칼 제작에 뛰어들었다.

원재료인 강철이 귀해 미군 비상용식량 깡통을 연마해 몇 달 만에 1천여 개의 수술용 칼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나섰다.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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