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대전] "납치됐다" 휴대폰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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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테러 사건으로 희생된 여객기 탑승자 가운데는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피랍 사실을 알리는 신고정신을 발휘한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상에 있는 가족이나 수사당국에 알린 내용은 당시 상황과 범인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보잉 757기에 타고 있던 바버라 올슨의 경우. 58명의 승객 중 하나인 올슨은 시어도어 올슨 미 법무차관의 부인이자 CNN방송의 논평가.

그녀는 범인들에 의해 조종사 2명과 승무원 4명, 승객들이 모두 비행기 뒤쪽으로 몰린 상태에서 두 차례 남편과 통화했다. 그녀는 "납치범이 한명 이상이며 칼과 골판지 절단기 등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고 말했다.

겁에 질리긴 했지만 그녀는 "조종사에게 어떻게 하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라고 남편에게 물어왔다.

올슨 차관은 이 사실을 법무부 비행기 납치 통제센터에 통보했으나 이미 충돌한 뒤였다.

피츠버그에 추락한 UA93기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자 승객도 기내 상황을 신고하는 용감한 시민정신을 발휘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모어랜드 인근의 911 응급전화센터로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 비행기가 납치당했다, 납치당했다" 고 말했다.

그는 당시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 센터의 한 요원의 증언과 통화기록이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이 승객은 "비행기가 떨어지고 있다. 폭발음 같은 소리를 들었다. 기체에서 흰색 연기가 나는 것을 봤다" 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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