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무법택시에 요금 인상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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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상계동 따블,따블-.”

“답십리 따따블-”

지난달 31일 새벽 0시 10분쯤 서울 종로2가 일대 도로는 곳곳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과 택시들에 의해 한두개 차로가 점령당한 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을 지나가는 택시 열대중 3∼4대는 ‘빈차’라는 빨간 표시등을 켜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창문을 내린 채 서행하며 구미가 당기는 승객만을 골라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중앙선까지 나와 '따블' 과 '따따블' 을 목이 쉬어라 외쳐대는 등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택시를 잡기 위해 종로3가에서 종로2가까지 걸어왔다는 김동훈(34.회사원.서울 성동구 마장동)씨는 "서른번이나 승차 거부를 당했는데도 차를 잡지 못했다" 며 "서비스가 이 모양인데 단속은커녕 요금만 올리느냐" 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가 1일부터 시행되는 택시의 요금인상에 맞춰 지난달 27일부터 한달 동안 1백80여명을 동원, 강남역.고속터미널.신촌역.종로2, 3가.명동 등 상습 불법행위 지점 20여곳에서 심야 불법운행 특별단속을 하고 있으나 시늉에 그치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단속 시간대인 지난달 30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종로.고속터미널 등 주요 단속 지역을 조사한 결과, 단속원들은 눈에 띄지 않고 승차 거부나 합승 등 택시들의 행패는 여전했다.

지난달 30일 자정쯤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에는 장거리 손님만을 태우려고 도로 한편에 정차해 있는 택시가 10여대에 달했다. 그러나 단속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날 오후 11시30분쯤 신촌로터리 현대백화점 앞에는 구청 단속원 서너명이 무비 카메라를 들고 불법 운행 차량 단속을 벌이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도 불법 운행은 계속됐다. 택시들은 단속 지점을 지나친 뒤 채 10m도 안가 또다시 승차 거부를 반복했다. 시는 당초 경찰과 합동단속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교통 경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요금만 올릴 뿐 서비스는 계속 엉망일 것" 이라는 시민들의 우려가 틀리지 않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시는 요금인상을 앞두고 1년에 네차례 이상 불법 운행으로 처벌받은 택시 운전기사들의 자격을 취소하는 규정을 강력히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한해 동안 택시 운전 자격을 취소당한 운전기사는 네명에 불과했고 올들어서도 한명만 취소 처분을 받는데 그쳐 또다시 엄포로 그칠 공산이 크다.

시는 단속 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이 적극적인 신고를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으나 일선 구청에서 시민 신고가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은 3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시 정영옥(鄭榮玉)교통지도단속반장은 "심야 불법 운행을 적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단속 인원이 한정돼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시가 경찰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단속을 펼치고 신고제도를 활성화하는 한편 처벌을 강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김성탁.박지영.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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