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0여년만에 호적제도 변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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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40여년 동안 중국인들을 도시인과 농촌인으로 양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해 온 호적(戶籍)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스자좡.베이징 개방형 인력 채용 도입=지난 16일 베이징(北京)시는 부국장급 간부 공개선발 계획을 발표하며 응시자격 요건에 '베이징 호적을 가진 자' 라는 조건을 완전히 없앴다.

1995년과 97년 1, 2회 시험땐 '베이징 호적을 가진 자' 만 응시할 수 있었고 98년 3회땐 다소 완화됐지만 '특수 경력 소지자' 들만 베이징 호적을 갖지 않아도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4회 시험에선 베이징 호적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든 응시할 수 있게 규정을 고쳤다.

이유는 필요한 고급 인력을 외부로부터 충당받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허베이(河北)성의 성도(省都) 스자좡(石家庄)시는 8월부터 호적제도 전면 개혁을 단행했다.

과거 외지인이 스자좡 호적을 얻으려면 시에 50만위안 이상 투자를 하거나 1백㎡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해야 하는 등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젠 ▶주택을 구입하거나▶4년제 대학 이상 졸업하거나▶스자좡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 등이 있으면 쉽게 호적 취득을 하게 됐다. 이로 인해 수속비는 3위안, 수속시간은 단 10분으로 줄었다.

중국 언론은 이를 '스자좡의 호적 대개혁' 으로 보도하고 있다. 스자좡 개혁도 유능한 외지인들을 흡수해 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이다.

◇ "외부인재 충원이 목적" =베이징과 스자좡의 개혁은 호적에 따라 근무지와 생활지가 결정되던 중국 사회에 일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8년 이래 국민을 도시인.농촌인으로 엄격히 구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한 호적제도가 마침내 수술대에 오른 까닭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전까지 호적에 따라 농촌인구엔 농사 지을 땅, 도시인구엔 직장과 주택이 각각 분배됐다.

도시로 상경한 외지인은 해당도시 호적취득이 안돼 복지와 의료.주택 등의 행정혜택을 못받았고 자녀취학마저 제한 받았다. 호적이 서로 다른 부부들은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호적 취득을 자유화하면 1억5천만명에 달하는 농촌 유휴인력이 도시에 진입,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로 호적개혁을 못해왔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호적때문에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 하고▶새 인재유입이 막혀 도시발전이 정체되고 ▶도시로 못나가 농촌 유휴인력이 쌓이는 등 문제가 더 크다는 인식 아래 개혁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짱성예(臧勝業)스자좡 시장은 "기존 호적제도는 도시발전을 정체시키는 게 문제" 라고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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