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 쇼크 … 아시아 증시 ‘그레이 먼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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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골드먼삭스 쇼크’로 코스피가 1700선으로 내려앉았다. 19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9.19포인트(1.68%) 하락한 1705.30에 거래를 마쳤다. 16일에 이어 이틀째 지수가 떨어지며 주가는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은 731억원, 기관은 818억원을 순매도했다. 1440억원을 사들인 개인의 매수세가 그나마 1700선을 지켜줬다.

특히 은행주(-2.4%)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 신한지주(-2.48%)와 KB금융(-2.1%)·우리금융(-1.4%) 모두 약세였다. 증권과 보험도 각각 3.5%와 1.9%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만1000원(-2.5%) 내린 8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원화가치는 7.8원 내린 1118.1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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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골드먼삭스 제소 건은 미국이 금융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에 예정된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의 강한 하락세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됐다. 골드먼삭스 제소에 중국의 부동산 규제가 맞물리며 중국 상하이 증시는 큰 폭(-4.79%)의 약세를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3.17%)와 일본 닛케이지수(-1.74%)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세계 금융시장에 미친 골드먼삭스 사태의 파장은 단발로 끝나진 않을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독일도 조사에 나설 태세다. 19일 BBC방송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금융감독청(FSA)이 신속하고 세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먼삭스의 사기 혐의에 대해 ‘도덕적 파산’이라고 규정했다.

독일 금융감독청(Bafin)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골드먼삭스 조사와 관련된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Bafin은 미국 측 조사 자료를 검토한 후 법적인 조치를 취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과 독일이 골드먼삭스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는 것은 자국 금융사들도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2007년 ABN암로를 인수하면서 문제의 상품을 인계받았고, 이를 청산하느라 골드먼삭스에 8억4100만 달러를 지급했다. RBS는 영국 정부로부터 7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국내 금융당국은 일단 국내 금융회사들이 골드먼삭스가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 조인강 자본시장국장은 “액수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이 골드먼삭스의 CDO를 산 것이 있는지, 이것이 사기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영훈·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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