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경제 발전방안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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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5개 산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을 찾지 못하면 국내 제조업은 몇년 안가 붕괴될 수도 있다. 이들 산업의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한 데다 중국의 추월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정부가 10년 뒤 한국 경제의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비전 2011 프로젝트' 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개최한 성장동력반 토론회에서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朴소장은 "이대로 가면 제조업이 붕괴될 가능성이 50% 이상" 이라면서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자본재부품 수입 및 설비투자 감소→경쟁력 저하→수출 감소의 악순환으로 점점 쪼그라드는 과정에 있다" 고 지적했다.

◇ 떨어지는 제품 경쟁력=1999년 기준 4천2백개 품목 가운데 한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1위인 것은 72개인데 비해 중국은 4백60개나 된다. 1~5위 품목도 한국이 4백82개, 중국은 1천4백28개다. 이같이 중국에 밀리는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경우 D램만 생산량의 92%를 수출, 경쟁력 1위(중국 10위)를 지키고 있다. 조사대상 13개 품목 중 다이오드나 집적회로 등 10개 품목은 중국의 경쟁력 순위가 높다.

자동차도 완성차(배기량 1천5백㏄ 이하)는 한국이 경쟁력이 있지만 부품은 중국이 이미 추월한 상태다. 특히 기어박스나 브레이크 등은 한국이 각각 22위와 14위인데 비해 중국은 19위와 3위를 차지했다.

조선은 아직 한국과 일본의 2강(强)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워낙 큰 투자가 필요해 당분간 현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이 탱커나 바지선 등 규모가 큰 배 위주로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람선과 요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배는 중국의 순위가 앞섰다.

철강과 석유화학도 아직까진 한국이 경쟁력이 있지만 중국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추격하고 있다.

◇ 국제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정부는 수출의 활로를 중국에서 찾으려들고 있다. 그러나 대(對)중국 수출품목 중 상당수는 얼마 안가 중국 스스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물건으로 분석됐다.

朴소장은 "1999년 우리는 석유제품과 음극선관, 브라운관, 세라믹 반도체,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냈다" 면서 "이들 품목 중 상당수가 얼마 안가 중국이 자체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품목이어서 흑자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중국에게 밀리는 것은 지나치게 외국 자본재에 의존했기 때문" 이라며 "경제규모가 커진 뒤에도 기술개발 노력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朴소장은 "미래산업인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환경기술(ET), 극소기술(NT)등을 육성하는데 극소기술이 핵심이 될 것" 이라며 "정부가 미국.일본의 10%가 안되는 투자계획을 잡고 있어 미래산업의 장래도 불투명하다" 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특정산업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덧붙였다.

송상훈.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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