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G8 정상회담 앞두고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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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탈리아가 20일부터 사흘간 제노바에서 열리는 G8(G7+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반세계화 운동가들의 시위가 갈수록 극렬해지고 있는 데다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빈 라덴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암살기도, 체첸 반군들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테러기도 등 첩보까지 수집되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준비는 그야말로 전시상황을 방불케 한다.

16일부터 일주일 동안 국경을 통과하는 차량의 운전자와 승객들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신분증 검사를 실시한다. 회담장이 있는 시내 중심가는 '붉은 구역' 으로 설정, 길목마다 장갑차를 배치해 회담기간 중 외부인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 외곽의 '노란 구역' 에서도 일체의 집회와 유인물 배포가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 두 지역의 주요 건물 옥상엔 저격요원들을 배치하고 시내 곳곳에 폐쇄회로 TV와 위성감시시스템을 설치,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다.

회담장 주변 경비를 위한 군.경 병력은 지난달 스웨덴 예테보리 EU 정상회담 때의 10배인 1만9천여명에 달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부시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최소한 2명의 정상이 지중해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에 숙소를 마련했다.

한편 G8 제노바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제노바 사회포럼(GSF)이 16일 개막됐다.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이 포럼은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세계 7백30개 비정부기구(NGO)와 시민.사회.환경 단체, 노조들의 모임.

올초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항하기 위해 브라질의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처음 열린 뒤 두번째 대회다. 첫날 1만5천여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엔 전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이 모여들어 G8회담에 반대하는 대대적 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또 한차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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