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삐걱거리는 LG, 팬들이 그저 믿고 지켜봐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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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시즌 초반부터 선수단 내 불협화음으로 다시 삐걱대고 있다. 화려한 멤버로 구성됐지만 시즌 벽두부터 이런저런 잡음으로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당연히 성적도 바닥권이다.

선수들이 감독 지침에 반기를 들고, 구단은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등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전 LG 투수 이상훈은 구단이 자신에게 코치직을 제의한 뒤 일방적으로 철회했다며 ‘약속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할 움직임이다.

LG 복귀를 위해 주변 정리까지 끝마쳤으나 구단은 당초 약속을 저버렸다는 주장이다. 다른 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들이 LG에서는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구단 측은 “앞으로는 달라진다.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말할 뿐 개선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안성덕 구단 사장은 “조직력과 관련된 부분은 감독의 영역이다. 박종훈 감독을 전폭 지지하고 있으며 그의 능력을 믿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팬들은 LG가 어떤 식으로 사태를 수습할지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또 궁금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LG는 꾸준히 전력보강에 투자하며 상위권 도약을 노렸다. 지난해에는 자유계약선수(FA)인 내야수 정성훈과 외야수 이진영을 영입했으나 7위에 머물렀다. 시즌 중에는 심수창과 조인성 배터리가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였고, 2군에서는 체벌 사건도 일어났다. 결국 김재박 감독이 옷을 벗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병규와 이택근을 영입하며 타선을 크게 강화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은 조직력 문제는 시즌 초부터 팀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구단 프런트의 입김이 너무 강해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권위를 무시하고 개인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룹 차원의 혁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도 LG의 성적은 기대하기 매우 힘들다는 생각이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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