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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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양건설은 지난해 1월 채권 은행단이 실시한 건설사 신용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당시 A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전국에서 15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시공능력평가 20위 안 업체이었고, 지방 업체로서는 드물게 남양건설(전국 35위)이 끼였다.

이 같은 남양건설마저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호남지역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에 연고를 둔 업체 중 수주 실적 1위인 금호산업에 이어 2위 남양건설까지 무너졌으니 “공포감이 감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삼능건설·대주건설·한국건설부터 시작해 금호·남양까지 모두 소문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역 톱10에 끼는 또 다른 대형 건설업체들의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한 주택건설업체 간부는 “건설업은 큰 업체가 무너지면 함께 일하던 중소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관계가 없는 회사들에 대해서도 대출을 꺼려 업계 전반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결국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신용 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저 신용 업체에 대해 자금 지원 중단 또는 회수가 진행된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30억원 미만 수주 업체가 44개로 전체 회원사(90개)의 절반에 가깝다. 전남지역 613개 회원 업체의 지난해 수주 실적은 영산강 정비 등 대형 공공 물량이 많았음에도 모두 8조6815억원으로 전년 9조3083억원보다 6268억원(6.7%)이 줄었다.

전북지역에서는 성원건설이 지난달 16일 수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토건분야 시공능력평가액이 4615억원으로 전북도내 680개 종합건설업체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게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대출 기피, 공사 수주의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직원 임금을 5개월이나 체불할 정도로 자금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건설 역시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12억원의 어음을 결제 못해 부도가 났다. 이 회사는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김광현 전북건설협회 부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는 등 건설 경기가 나쁜 데다 은행마저 자금을 꽉 틀어 막아 지방 건설사들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며 “은행 규제를 하루빨리 풀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공사 발주 물량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석·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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