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대화 앞두고 기싸움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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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지난 6일 북한에 핵.미사일.재래식 무기의 일괄 타결 내용을 담은 대화 제의를 한 이래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은 18일 북한이 북.미 대화의 선결 의제로 경수로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을 들고 나온데 대해 북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단호히 대응했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문에 경수로 완공 목표시기가 2003년으로 명시돼 있는 만큼 사실 관계로 보면 지연은 맞지만 원인 부분에 대해 주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후 북한 잠수정의 한국 동해안 침투 등 북한이 조성한 긴장 상황이 경수로 건설에 영향을 미쳤고 북한의 비협조로 건설의 각종 실무 협정이 계속 늦어졌다고 보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경수로 건설 지연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제네바 합의는 이에 따른 보상문제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을 미국 실무진은 지적한다" 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은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북한에 보상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굴복' 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제를 둘러싼 장군멍군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와 워싱턴 관측통들 사이에선 북한의 반응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며 북한이 일단 대화에 상당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소식통은 "미국이나 북한이나 서로가 선호하는 모든 의제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고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 국무부 실무진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같은 문제의 경우 이를 논의해보자는 것이지 이 부분이 풀리지 않으면 다른 것도 안된다는 식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 말했다. 북한의 전력 보상 요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측의 본격적인 대화가 언제 시작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은 일단 어느 정도 목소리를 높인 후 막후접촉을 통해 대화의 문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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