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창업’ 성공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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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청년실업·실직 등으로 가족 중 실업자 한두 명이 있는 경우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간 동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창업 전에 이익분배나 역할분담 등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부모자식 간 창업이 성공률 높아

가족창업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부모의 자본과 자식의 노동력이 결합하는 경우다. 경기도 평촌시 범계역 부근에서 자연냉각 크림생맥주전문점 ‘플젠’(www.plzen.co.kr)을 운영하는 한성혜(53)씨는 2008년 10월 남편과 사별한 후 두 아들과 함께 창업했다. 한씨는 “나이도 많고 장사 경험이 없어 처음에 많이 두려웠다”며 “아이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창업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윤선욱(29)·민욱(27) 형제는 어머니를 도와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믿을 수 있는 ‘일꾼’ 두 사람이 가세한 덕에 한씨 가족은 힘은 들지만 수익성이 높은 호프집을 선택했다. 178㎡ 점포에서 월평균 6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창업비용은 4억원이 들었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에서 크림 맥주집을 운영하는 한성혜(오른쪽)씨. 그는 두 아들과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부천시 중동 GS스퀘어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www.hoabinh.co.kr)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환(38)씨도 어머니와 함께 창업했다. 박씨는 처음 창업을 준비할 때 창업자금이 모자라자 어머니 도움을 받으면서 아예 식당을 같이 경영하기로 했다. 주방일에 능숙한 어머니가 주방운영을 책임지고, 박씨는 홀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박씨는 “역할을 나눠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게 가족창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자식 간 창업은 가족창업 중에서도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적고 세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자매 간 동업 땐 공사 구분 명확히

형제자매 간 동업은 신경 쓸 게 많다. 자칫 잘못하면 상처만 남기고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 영등포에서 165㎡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했던 김모씨 자매(45·42)는 남편들까지 합세해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3000만원을 더 투자했기 때문에 이익 분배를 더 많이 받겠다는 언니와,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동생의 주장이 대립한 게 주요인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점포 문을 닫았다. 현재 이들 자매는 거의 왕래도 하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에서 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www.hoolala.co.kr)를 운영하는 장정철(39)·정훈(33)씨 형제는 어릴 적부터 우애 좋기로 소문난 사이다. 불안한 직장생활을 접고 의기투합했다. 창업 전 적극적 성격인 정철씨가 홀과 배달 업무를 맡고, 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했던 정훈씨가 주방을 책임지기로 역할을 분명히 나눴다. 장씨 형제는 “역할분담을 명확히 한 후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제자매 간 동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명확하게 합의를 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공사(公私)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익 배분 원칙을 확실히 정해 두는 것은 필수다. 돈 문제는 처음에 대충 넘어가면 나중에 불화의 불씨가 돼 사업은 물론 가족 간 우애까지 망친다.

가족일수록 더 존중해야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선택한 정모(28)씨는 누나 부부와 함께 창업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서울 신림역 부근에 퓨전주점을 창업했다. 정씨는 누나와 매형에게 일을 맡기고 몇 시간씩 점포를 비우곤 했다. 누나가 야단치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며 대들었다. 매형도 처남 정씨에게 “젊은 네가 더 일하라”며 집에 일찍 가는 일이 잦았다. 번갈아 점포를 비우는 시간이 늘면서 서로의 업무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빚어진 끝에 1년여 만에 점포를 정리했다.

가족창업이 실패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창업했어도 엄연히 직장인 만큼 내 일을 남에게 미루면 안 된다. 또 운영상 문제점이나 감정상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곧바로 대화로 풀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잘못한 일을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두면 나중에 더 큰 오해로 번질 수 있다. 가족창업을 한 이상 비즈니스적인 충고는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부부의 경우 애정 금가지 않도록

부부창업은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돈 버는 데만 치중해 상대방을 살피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했던 주모(44)씨 부부는 창업 후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겼다. 돈 벌 욕심에 정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1년 365일을 부부가 하루 12시간씩 나눠 교대로 근무했다. 그러다 보니 같이 밥 먹을 시간은커녕 몇 마디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게 됐다. 그렇게 3년이 지나니 사이가 서먹해졌다. 결국 논의 끝에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부부창업은 가족창업 중 가장 흔하다. 대개 생계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부부 두 사람만으로 점포를 운영하다 보니 일에 치여 서로에게 소홀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점포 일은 물론이고 가사도 서로 분담해 협력하도록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정하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가족창업 성공 노하우 7

1 모든 일을 합의를 통해 결정하라.

2 능력·적성에 맞춰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 효과를 내라.

3 인건비 부담이 크고 근무시간이 긴 업종이 유리하다.

4 가족적인 분위기로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어라.

5 금전적인 부분은 투명하게 공유하고 수익 배분을 명확히 한다.

6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고 서로 예의를 지켜라.

7 장사가 안 될 때를 생각해 무분별한 가족 합류는 자제하라.

※자료: ㈜FC창업코리아(www.changu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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