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육 바꿔야 한다] 上. 퇴보하는 학교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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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는 우리 역사 교육을 되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국내 역사학계는 일본 우익의 파렴치에 분개하고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재수정을 요구하면서, 차제에 우리의 역사교육도 제자리를 찾아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퇴보하고 있는 우리 역사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국사교육을 바로 잡지 못하면 일본을 욕할 자격이 없다. "

서울대 국사학과 한영우 교수의 말이다. 국어와 함께 민족교육의 핵심인 국사가 제도권 교육에서 '천덕꾸러기' 가 돼버린 현실에 대한 분노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교수의 이런 지적에 대해 다른 학자들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선 중.고등학교 담당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실태와 문제점=국사교육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사실은 당장 중.고등학교의 수업시간 단축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내년부터 제7차 교육과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중학교의 경우 3년간 사회과 수업시간이 11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어드는 데 그 '유탄' 을 국사가 맞았다. 현재 주당 2시간씩 배정됐던 2.3학년 국사시간이 내년부터 2학년은 주당 1시간으로 주는 것. '통합교과과정' 에 따라 중학교에서는 이미 '국사' 라는 독립과목이 사라졌다.

고등학교 국사교육의 불균형 문제도 꼭 짚어야할 대목. 역시 새로운 교육개정안에 따라 내년에 입학하는 고교생들은 1학년때만 기본교과로 국사를 배운다. 2.3학년 문과의 경우 '한국 근.현대사' 는 사회관련 9개의 선택과목 중 하나로 바뀐다.

이쯤이면 제도권 교육이 '절름발이' 역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면키 어렵다. 대학에서도 필수이던 국사가 선택교양으로 밀린 지 오래이며, 사법시험 과목에서도 국사는 이미 제외됐다.

▶외국의 경우='교육의 세계화' 란 명목으로 국사시간을 줄이는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외국의 국사교육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민족적 정체성이 강조된다는 얘기다.

자국사 교육에 가장 애착을 보이는 곳은 프랑스다. 홍익대 국사교육과 김태식 교수는 "6세부터 18세에 이르는 의무교육의 전과정에서 역사과목은 필수다" 고 말했다.

한때 사회과 전체의 통합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자국사 교육이 퇴조했던 미국도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학년 중 대개 3년(5.8.11학년)간은 미국사를 필수로 배우는게 보통이다.

일본도 한동안 미국의 교육과정을 참조해 '사회과' 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역사.지리.정치.경제.윤리 등을 가르쳐왔다. 역시 문제가 드러나자 89년 이후 지리.역사과를 분리해 역사교육의 지위를 상승시켰다.

이를 극복할 전문가들의 처방은 단순.명쾌하다. 국사를 독립과목으로 다시 환원하거나, 이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통합교과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대 국사교육과 김한종 교수는 "일반사회가 연관성이 큰 윤리와는 분리돼 있으면서 거리가 먼 역사.지리와 묶인 것은 상식에서도 벗어난 일" 이라며 "새 교과과정에 대한 재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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