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마지막 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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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 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무소유’를 설파해온 법정(法頂) 스님의 마지막 유언이다. 법정 스님이 11일 오후 1시51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송광사 서울분원)에서 입적했다. 세수 78세, 법랍 55세.

스님은 입적 전날 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밀리언셀러 『무소유』를 썼던 스님은 또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며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장례준비위원회 대변인 진화 스님은 11일 “강원도 오두막 가는 길은 5월이나 돼야 눈이 녹는다. 차가 들어갈 수가 없다. 유지를 좇아 일체의 장례의식 없이 다비식만 송광사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향소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 전남 순천시 송광사, 송광사 내 불일암 세 곳에 마련된다. 다비식은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거행된다.

백성호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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