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제는 파괴자" 격렬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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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장관급회담을 연기한 북한이 보도매체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반감을 보이면서 미국에 대한 비난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북한은 14일 오후부터 평양방송을 통해 '미제는 침략과 전쟁의 원흉, 평화의 파괴자' 라는 등 직접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 방송은 "미국은 새 세기에 들어와서도 우리의 자존심과 존엄을 심히 건드리고 있다" 며 "우리 공화국에 도전해 나서는 데 대해서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다" 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일단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김정일 위원장을 '독재자' 로 표현하는 등 북한에 대해 강경자세를 보인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없다.

평양방송이 지난 13일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함에 있어 사대와 외세를 배격하고 민족자주 의식으로 무장하라" 고 촉구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에 김대중 정부가 끌려다녀서는 곤란하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아직 외교 당국의 공식 논평을 내지는 않고 있다. 이것은 대미(對美).대남 정책의 가닥을 잡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북 강경 자세가 강도를 더해 갈지의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이 대미 관계를 거칠게 몰아가다가 상당히 의미 있는 평화제안을 담은 유화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해 주목된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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