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서재필기념재단’ 고문 방무성씨 “한인 정체성 가르칠 교육관 건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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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재미동포 방무성씨가 서재필교육관 신축과 서재필기념관 일대 공원화 계획을 담은 조감도를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용철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외곽의 링컨 거리에는 ‘서재필 기념관’이라 쓰인 작은 현판을 단 집이 있다. 구한말 독립운동가이자 독립신문의 창간인, 미국 내 한인 의사 1호이자 계몽주의자였던 송재(松齋) 서재필(1864~1951) 선생이 미국 망명 뒤 37년을 거주하다 생을 마친 곳이다. 서 선생이 돌아가신 뒤 선생의 딸이 이 집을 지키다 운명하자 동포들은 ‘펜실베이니아 서재필기념재단’을 만들고 1987년 30만 달러를 들여 이 집을 사들인 다음 기념관으로 보존하고 있다.

이 재단의 고문이자 서재필기념교육관건립위원회 위원장인 재미동포 방무성(68) 씨가 최근 고국을 방문했다. 기념관을 확대해 교육관을 짓고 주변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에 고국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방 씨는 “현재 서재필기념관에는 공중 화장실도 한 칸 없어 방문객이 곤란해 한다”며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도 따로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기념관 주변에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교육관을 지어 이민 2~3세대들에게 한국인의 정신과 역사 교육을 하는 장소로 활용할 생각이다.

방씨는 “미국에 한국교포들이 250만 명이나 살지만 이민 2~3세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칠 만한 장소가 없다”며 “서재필기념관은 가장 적합한 교육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 씨는 36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두 아이를 미국에서 키웠다. “미국 아이들과 같이 자란 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면서 납작한 코와 노란 부를 보며 본인이 한국인임을 점점 자각하고 뿌리를 찾고 싶어하더라”라며 “이들을 위한 교육관을 짓는 것은 이민 1세대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 1세대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세상을 뜨면 2~3세대는 서재필이 누구인지 모른 채 자랄 것”이라 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의 후손 교육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는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둘러보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독립선언을 하면서 치다 깨진 종을 지금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방학 때면 부모와 함께 필라델피아를 들른 학생들이 깨진 종과 당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장소를 보며 미국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고 자긍심을 느끼고 돌아간다.

방 씨는 서재필 기념 교육관과 주차장을 짓는 데 3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150만 달러는 교포사회의 모금운동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방 씨는 이번 방문에서 보훈청으로부터 나머지 150만 달러 지원 약속을 받았다. 기념관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천안 독립기념관에 보내져 보관 중이던 서 선생의 유품들도 미국으로 가져가 전시할 예정이다. 방 씨는 “한국에서도 뜻있는 분들이 십시일반 동참해주신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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