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때 일제 주민학살 제암리 부근 16곳 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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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3.1운동 당시 경기도 화성의 제암리 교회 외에 이 일대 16개 마을과 5개 교회에서도 일제의 주민 학살이 자행된 사실이 한 미국인 선교사의 일기를 통해 밝혀졌다.

이 일기는 1892년부터 1934년까지 42년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한 미국 북감리교의 아서 노블 선교사의 부인 마티 윌콕스 노블 선교사가 기록한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본부(감독회장 장광영)는 최근 입수.번역한 이 일기를 『3.1운동, 그 날의 기록』이란 제목의 자료집에 담아 26일 출간한다.

노블 선교사는 1919년 4월 19일자 일기에서 "그들이(영국 대리공사 로이드 일행) 방문한 다섯 마을의 상황은 시체가 묻혀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암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이 알기로는 그 지역에서만 16개 마을이 전멸되다시피 했다" 고 밝혔다.

일기와 함께 발견된 노블 여사의 자료집인 '수원지역 구조활동 보고서' 에서는 "사강리에서 3백26채의 집이 불타 1천6백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며, 39명이 살해됐고 일본 경찰 한 명도 돌에 맞아 숨졌다" 고 기록했다.

이는 제암리 교회에서 29명이 학살(일명 '제암리 사건' )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해됐음을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다.

일기는 또한 제암리 사건 파문이 확산되자 당시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총독이 은폐.무마책으로 "교회 재건을 위해 5백엔, 불탄 집 가구당 50엔씩 지급할 것을 약속하니 그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 며 미국 선교사들에게 당부한 사실도 적고 있다.

한편 1919년 3월 1일자 일기는 '고종 독살설' 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을 적고 있다. 일기는 "오늘 오전에 돌아가신 전 황제(고종)가 사실은 일본 정부의 사주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는 전단이 온 거리에 뿌려졌다" 고 적었다. 일기는 살해 이유를 "한국은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전갈을 황제가 파리 강화회의에 전하려 했기 때문에 그것을 저지하려고 죽인 것" 이라고 밝혔다. 일기는 고종 독살의 주범으로 순종 왕비의 백부인 윤덕영과 전의(典醫) 호상학(한상학이란 설도 있음)이란 이름을 거명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 자료집 발간을 계기로 경기도 화성군 일대의 감리교회에 자행된 일제의 만행과 이에 따른 신도들의 희생에 대한 진상조사 및 사료발굴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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