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원칙 중심의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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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의 저자 스티븐 코비(사진)가 1999년 5월 방한했을 때다.

'성공 전도사' 로 불리는 그의 조찬 강연회엔 경영인.교수.언론인 4백여명이 이른 시각부터 몰려들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당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귀가 번쩍 뜨일만한 조언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이 들은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변화의 와중에서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국이 IMF체제를 맞이한 원인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신뢰의 결핍이므로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으로 신뢰감을 확보해야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코비 박사가 신간 '원칙 중심의 리더십' 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도 바로 그것이다.

'원칙의 나침반' 을 가진 리더가 돼야한다는 그의 말은 전혀 새로울 것 없어 보이지만 요즘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한국의 경영환경에서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야할 진리이기도 하다.

저자가 말하는 '원칙' 이란 '가치' 와는 구별된다. 가치가 대개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다면 원칙은 시공을 초월하며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자연법칙과 같다는 것이다(25~26쪽). 그래서 저자는 가치에 기초한 '지도' 보다 원칙 중심의 '나침반' 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히틀러는 원칙 중심의 인물이 아니라 '독일 통일' 이라는 가치를 추구한 인물로, 원칙의 나침반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1백43쪽)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업 및 조직의 컨설팅.교육 회사인 프랭클린코비사의 공동 회장이기도 한 코비 박사는 외신에 따르면 실제 경영자로서는 그다지 유능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강연이나 글은 대단히 설득력 있다.

94년에 국내 출간된 후 1백만부 이상 팔렸고 요즘도 매달 4천여명의 독자들이 찾고 있는 '성공하는…' 처럼 이 책도 우선 경영 혁신의 열쇠가 제도.기술보다 사람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자가 자신과 주변의 체험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읽는 이에게 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또 " '빠르고, 비용이 들지 않고, 즉각적이고, 또 아주 쉽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약속하는 어떤 자기 개발 제품이나 프로그램은 올바른 원칙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는 저자의 태도는 처세술이나 단기적 처방 위주의 다른 리더십 관련 서적들에 비해 그의 책에 신뢰를 갖게 한다.

이 책의 경우 덤으로 '7가지 습관 재확인' '결혼 생활과 가족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8가지 방법' 등의 장에서 저자가 다른 저서들에서 제시했던 조언들도 한몫에 훑어볼 수 있다.

실용서답게 요점들을 도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 5백여쪽의 책이지만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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