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열전] 영덕 경보화석박물관 강해중 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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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북 영덕군 남정면 7번 국도변에 있는 경보화석박물관 강해중(姜海中.60)관장은 국내 최초로 화석박물관을 세운 '고집스런' 포항인이다.

할아버지.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그는 출생후 단 한번도 포항을 떠나지 않았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남.서해와 달리 탁트인 동해 바다, 보경사 뒤 내연산과 오어사 뒤 운제산 등 아름다운 포항 산수(山水)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포항 사랑이 대단하다.

1996년 6월 문을 연 경보화석박물관에는 그의 집념과 피나는 노력, 애향심이 절절이 배어 있다.

19세 때 양친을 한달 사이에 잃은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철물점을 하던 누나(74)의 도움으로 페인트업계에 뛰어 들었다.

철강공단 조성을 계기로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 22세 때 독립회사(세광기업)를 차렸고 87년엔 주택.토목업체인 경보실업으로 키웠다.

사업에 몰두해온 그는 취미삼아 골동품과 민속자료를 수집했다. 33세 때 그동안 열심히 모아둔 수집품이 몽땅 수해로 훼손되자 화석수집으로 취미를 바꿨다.

"우연히 서울에 사는 지질학자 선배집을 방문했다가 신기한 물고기 화석에 매료됐어요. 포항에 나무.고래 화석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화석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돈이 들어갔지만 좋은 화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넘기지는 못했다. 인도네시아 등 외국 오지에서 거대한 화석도 수입했다.

그는 95년 회사를 정리하고 3천7백평의 부지에 휴게소가 딸린 3층짜리 박물관을 지었다. 화석수집과 박물관 건립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철강도시 포항에 이렇다할 문화시설이 없고 애써 모은 화석을 혼자 보기에 아까웠습니다."

박물관에는 수억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20여개국의 진귀한 화석 1천5백여점과 지폐.수석들이 전시돼 있다.

화석에 관한 교육용 책자도 판매하고 영상물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이해도 돕는다.

관람객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국도변에 박물관을 세운 그의 안목은 적중해 수학여행 학생들의 주요 관람코스가 되면서 지금까지 5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97년부터 포항문화원 부원장으로 활동중인 姜관장은 산업.민속박물관과 화석.광물.박제품을 한자리에 모은 자연사 박물관을 짓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영덕〓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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