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 경감] 농민들 강·온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농가부채 경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반대하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

◇경감 찬성=최근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농기계 반납과 현물상환 투쟁을 벌였던 농민들은 "농가 부채의 근본 원인이 농정 실패에 있는 만큼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는 입장이다.

부채 경감을 주장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全農)등 21개 농민단체는 농산물값 폭락으로 가계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농가가 전체의 40%, 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가구가 50%에 이르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농촌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농산물 가격.농가소득 보장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정부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시설농을 무더기로 양산, 결국 이들을 빚더미로 내몰았다는 설명이다.

농민단체들은 대표적인 피해자로 '농촌의 얼굴' 인 12만 농어민 후계자를 꼽는다.

전농 이종화 정책실장은 "▶모든 정책자금 연체이자 탕감▶연대보증제 폐지▶정책자금 상환 5년 유예, 10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농산물값 안정 등을 통해 농업기반 붕괴를 막아야 한다" 고 말했다.

◇ 경감 반대=반면 적정한 수익을 내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빚이 적은 농민들은 "부실 경영으로 빚을 지게 된 농가에 경감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고 주장한다.

충남 홍성군에서 환경농법으로 연간 7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姜모(39)씨는 "농민이 진 빚은 농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 며 "무조건 부채를 경감해 줄 게 아니라 옥석을 가려야 한다" 고 말한다.

정책자금으로 부동산 투자.사업 등 딴 짓을 하다 화(禍)를 자초한 사람들 때문에 성실한 농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10년째 논을 갈지 않고 볍씨를 파종하는 농법으로 2만여평의 논농사(매출 1억5천만원)를 짓는 태평농업 이영문(李永文.47.경남 하동군 옥종면)대표는 면단위로 '부채 진상조사위' 를 구성하자는 방법을 제시한다.

李씨는 "검찰.세무서도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재산상태를 추적, 가짜 농민에게는 오히려 높은 금리를 물려야 한다" 고 말했다.

정기환.구두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