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이맛이야" 흰 우유 '맛있는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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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업계가 흰 우유 맛을 잡겠다고 나섰다. 겉으로는 똑같은 흰 우유이지만 제품에 따라 미묘한 맛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같은 원유를 사용하더라도 제조과정에서 맛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우유 제조업체들은 2002년부터 흰 우유 소비량이 줄면서 한동안 온갖 건강 재료를 첨가해 '몸에 좋은 우유'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음식의 유일한 전략은 맛'이라는 사실을 깨친 업체들이 '우유 맛 경쟁'이란 원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 맛있는 우유의 비밀=갓 짜낸 원유는 물처럼 깨끗하고 상큼한 맛이 난다. 전혀 비리지 않다. 그렇지만 원유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상할 수 있어 열처리 살균을 해야 하는데, 이때 맛과 촉감이 달라지게 된다. 우유업체들은 이 살균과정과 포장방법을 달리해 더 맛있는 우유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흰 우유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GT'의 제조 과정에서 우유 속에 들어간 산소를 다 뽑아내고 팩 안에 질소를 집어넣었다. 산소와 만나면 우유가 발효돼 비린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런 산소를 제거해 비릿한 맛을 낼 여지를 없앤 것이 GT공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한다. '매일우유 ESL'은 모든 제조 과정을 무균화했다. 우유팩도 과산화수소로 닦아내 세균이나 미생물에 의해 우유 맛이 변질될 가능성을 줄였다는 것이다.

파스퇴르 '후레쉬 우유'는 63℃로 저온살균 처리해 단백질 변형이 덜하므로 밍밍한 맛이 난다. 대신 보통 우유를 마신 뒤 입맛을 다시면 느껴지는 텁텁하고 끈적이는 느낌을 없앴다. 종이팩이 아닌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종이 냄새가 안 배도록 한 것도 맛의 비결이라고 했다.

'강성원우유'는 원유 그대로의 맛이 난다고 제조사 측은 주장했다. 목장에서 바로 살균처리해 우유팩에 담기 때문에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고, 여러 목장의 우유가 섞이지 않아 품질이 균일하다는 것이다.

덴마크밀크의 '저지방 우유'는 지방성분이 100㎖당 1.5g 이하다. 지방성분을 쫙 빼서 보통 흰 우유에 비해 고소한 맛이 덜하지만 그만큼 상쾌한 느낌을 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우유를 맛있게 먹는 방법=입 안에서 굴리듯 조금씩 마신다. 침과 섞여 소화가 더 잘 된다. 가능한 한 찬 상태에서 마시는 게 좋다. 따뜻하게 먹고 싶으면 60℃ 전후로 데운 뒤 설탕이나 초콜릿파우더.소금 등을 약간 타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너무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우유의 맛이 이상해질 수 있다.

직사광선을 쬐거나 한 번 언 우유는 맛이 변한다. 우유가 상했는지를 알아내기 힘들다면 우유를 입에 머금고 코를 통해 공기를 내보내면 냄새와 맛이 한층 뚜렷해진다.

◆ 우유 살균방법에는= 저온 살균법(63~65℃에서 30분간 살균), 고온 살균법(72~75℃에서 15초간 살균), 초고온 순간 살균법(135℃에서 2~4초간 살균) 등 세 가지가 있다. 보통 살균처리 온도가 높을수록 우유가 더 고소해지지만 뒷맛이 텁텁하다. 저온살균 우유는 맛은 밍밍하지만 뒷맛이 깨끗하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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