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보단 품질' 이 때론 쇼핑의 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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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쇼핑하는 것도 생활의 멋이다. 대부분 '값이냐' '품질이냐' 의 갈림질에서 가격쪽으로 기울지만 '값보다는 품질' 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고마운 분에게 줄 선물을 산다거나 귀한 손님 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할 때가 그렇다. 빠듯한 월급을 쪼개 오랜만에 장만하려는 외출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평상시에 싼 곳만 찾아 다니던 주부들은 좋은 제품을 언제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제 돈 내고 제대로 된 물건을 사는 것' 도 알뜰살림꾼이 갖춰야 할 또다른 쇼핑 지혜다.

◇ 의류.잡화=질좋은 물건은 뭐니뭐니 해도 유명백화점이 최고. 집안에 있던 차림으로 쇼핑에 나선다면 처음부터 질좋고 폼나는 쇼핑을 포기하는 꼴이다.

화장을 신경써서 예쁘게 하고 옷도 고급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게 최우선으로 할 일이다. 그래야 판매원들이 품격있는 손님으로 접대해 고급 물건을 척척 추천해준다.

굳이 사람들이 붐비는 세일기간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세일전에 매장을 돌며 '찜' 해두는 것이 요령.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준희(29)주부는 "세일기간에는 워낙 사람들이 붐벼 몸에 맞는 사이즈나 색상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며 "세일 시작 일주일 전에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판매원에게 예약해두면 세일 때 따로 빼줘 싸게 살 수 있다" 고 자신의 쇼핑노하우를 소개했다.

세일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면 신상품이 깔린 지 한달 정도 지난 뒤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될만한 상품' 을 추리고 난 뒤 유행예감 상품만 깔리기 시작하는 데 이 정도 기간이 걸리기 때문.

롯데백화점 숙녀정장 조이너스 코너의 김영민씨는 "겨울 신상품은 전략상품들이 새로 들어온 요즘이 구입 적기" 라고 말했다.

세일 상품을 산다면 행사 일주일 전에 세일 중에는 서둘러 대형 유통매장을 도는 등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제일모직 홍보실 심문보씨는 "세일 때가 되면 유통업체마다 물량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평상시에 많은 양을 팔던 곳에 인기상품을 많이 줄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렇지만 인기상품은 조기에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3일이면 모두 소진된다. 이럴 땐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며 발품을 한번 더 팔면 원하는 상품의 구입이 가능하다.

사이즈가 작더라도 적당한 상품을 샀다가 정상판매가 시작되면 교환하는 것이 그 방법.

김현정(32)주부는 "세일이 끝나고 정상판매가 시작되면 빠졌던 물건들이 다시 채워진다" 며 "이 때 원하는 물건으로 바꾸면 된다" 고 말한다.

세일 때 산 상품을 값이 더 비싼 다른 상품으로 바꿀 때는 차액을 내야 한다. 반면 더 싼 상품의 경우는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주지 않기 때문에 교환권이나 양말같은 소품을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교환할 때는 영수증이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입었거나 손상된 옷은 교환해주지 않는다. 또 구입한지 7일이 지나면 소비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 생식품=대형백화점이나 할인점 개장시간에 맞추면 가장 질 좋은 야채.과일.생선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날 새벽에 산지로부터 직송됐거나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곧바로 온 것들로 종업원들이 개점 직전에 박스를 풀어 진열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들이 고르기 전에 살 수 있는 '특권' 까지 누릴 수 있는 시간대다. 대형 유통매장이라고 해도 일요일엔 과일.야채.생선의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다.

도매시장의 경매가 열리지 않아 전날 들어온 상품이 대부분이다. "신선도가 떨어진 상품을 굳이 비싼 값에 살 필요가 없다" 는 게 백화점 관계자의 귀띔이다.

24시간 영업하는 킴스클럽의 경우엔 정오부터 물건이 다시 채워지므로 이 때가 골든타임이다.

차돌박이처럼 손질된 육류를 살 때는 진열쟁반에 고기가 가득 담긴 것을 골라야 한다.

"고기를 냉장고나 냉동고에서 갓 꺼내 손질해 신선도가 뛰어나다" 는 게 현대백화점 신촌점 정육담당 정연성 대리의 설명이다.

김영순(42)주부는 "쇠고기는 단골집에서만 사는 데, 좋은 고기가 오면 수시로 연락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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