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범에 의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타이레놀 캡슐 내 청산가리로 7명이 사망하자 당시 타이레놀을 제조한 제약사 존슨앤존슨은 시카고 일대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사상 최대 리콜을 선언한다. 당시 이 회사는 ‘우리에게 1순위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환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미국 전역에서 전량 리콜이라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식을 선택했다. 이후 모방범죄를 막기 위해 이 회사는 이후 6주간 타이레놀을 재판매하지 않았다. 이후 86년에도 타이레놀 캡슐 내에 청산가리를 넣는 범죄가 다시 일어나 뉴욕에서 한 명이 사망했다. 이때도 대량 리콜을 선언했고, 더 나아가 독극물 투입이 가능한 캡슐 방식의 제품을 단종하는 결정을 했다. 당시 이 회사는 리콜과 동시에 ‘최종 소비자인 환자’를 최우선에 둔 결정임을 강조했다.
기업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만 사람과 기업이 하는 일이 항상 100%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리콜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의 핵심은 해당 기업이 자신의 실수를 빨리, 그리고 진지하게 인정한 뒤 개선책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데 성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또 대응방식이 존슨앤존슨처럼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소비자중심적이라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리콜 대상인 8개 모델에 대해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또 2월 1일부터는 캐나다·미국 등 5개 공장에서 해당 모델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리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과감한 결정이다. 생산 및 판매 중단 결정은 도요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존슨앤존슨처럼 도요타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고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도요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리콜은 소비자 중심임을 강조했다. 도요타는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가용 자산이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한 듯하다. 오랫동안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의 위기보다 그 예후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요타는 소비자 신뢰가 높다. 전략적이고 소비자 중심의 위기관리로 이번 충격이 적절하게 관리된다면 이는 곧 소비자 신뢰가 더욱 공고히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