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신뢰회복이 우선 … 숨기려 하면 충격 커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협박범에 의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타이레놀 캡슐 내 청산가리로 7명이 사망하자 당시 타이레놀을 제조한 제약사 존슨앤존슨은 시카고 일대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사상 최대 리콜을 선언한다. 당시 이 회사는 ‘우리에게 1순위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환자’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미국 전역에서 전량 리콜이라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방식을 선택했다. 이후 모방범죄를 막기 위해 이 회사는 이후 6주간 타이레놀을 재판매하지 않았다. 이후 86년에도 타이레놀 캡슐 내에 청산가리를 넣는 범죄가 다시 일어나 뉴욕에서 한 명이 사망했다. 이때도 대량 리콜을 선언했고, 더 나아가 독극물 투입이 가능한 캡슐 방식의 제품을 단종하는 결정을 했다. 당시 이 회사는 리콜과 동시에 ‘최종 소비자인 환자’를 최우선에 둔 결정임을 강조했다.

기업이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이겠지만 사람과 기업이 하는 일이 항상 100% 완벽할 수는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리콜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의 핵심은 해당 기업이 자신의 실수를 빨리, 그리고 진지하게 인정한 뒤 개선책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데 성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또 대응방식이 존슨앤존슨처럼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소비자중심적이라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리콜 대상인 8개 모델에 대해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또 2월 1일부터는 캐나다·미국 등 5개 공장에서 해당 모델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리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과감한 결정이다. 생산 및 판매 중단 결정은 도요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존슨앤존슨처럼 도요타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고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도요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리콜은 소비자 중심임을 강조했다. 도요타는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가용 자산이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한 듯하다. 오랫동안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렇지 못한 기업의 위기보다 그 예후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요타는 소비자 신뢰가 높다. 전략적이고 소비자 중심의 위기관리로 이번 충격이 적절하게 관리된다면 이는 곧 소비자 신뢰가 더욱 공고히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도요타의 위기대응을 보았을 때 위기(crisis)보다는 일종의 충격(shock)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금과 같이 전략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한다. 만약 도요타가 이후에 추가로 무엇을 숨기거나 속이려 하거나, 그냥 덮으려고 시도한다면 분명 지금의 충격은 더욱 강력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