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고착화 사회 해법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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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간 임금 차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양상은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출신 대학을 따지는 ‘학벌’보다는 ‘실력’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고 연봉이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도 그런 추세로 가고는 있다. 그렇지만 학벌과 학력(최종 교육)의 고착화 현상은 여전하다. 상위권 대학의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유다. 단 한 번의 대입 성적이 진학 대학을 결정하고, 진학 대학은 다시 좋은 직장을 잡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고3 성적이 계급을 결정하듯 진학 대학, 직장, 임금에까지 영향을 주는 고착화 현상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대학이라는 단선 트랙에 몰리는 바람에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임금 격차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다른 경로를 따라가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패자 부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실력대로 능력을 평가받고,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멀티 트랙’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출신 대학별 소득 격차가 굳어지는 이유 중에는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사회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번 나온 대학 간판이 평생의 직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본지가 대졸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 80% 이상이 “연봉이 낮은 직장에서 높은 곳으로 갈아타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격차는 심화하면서 사회계층 간 사회적 이동성이 약화되는 양면 현상이 나타나는 게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 분석에 한창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에 입학했는데도 다른 대학을 간 학생과, 하버드에 입학해 졸업까지 한 학생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보는 연구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과연 고교 성적 때문인지, 대학에서의 교육력 차이인지를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대학협의회가 각 대학 졸업자에 대한 평균 임금 정보를 제공한다. 대학별 초임과 취업률도 모두 공개하는데 그걸 보고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각국의 경영전문대학원(MBA)은 입학 전과 입학 후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 경쟁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글=강홍준·김성탁·이원진·박수련·김민상 사회부문 기자, 이종찬 경제부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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